<영상앨범 산> 초록빛 풍류를 즐기다 – 곡성 동악산

  • 2025.09.05 13:28
  • 15시간전
  • KBS

백두대간이 뻗어내려 이룬 해발 400m~700m의 구릉성 산지가 모여 있는 고장,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谷城)이라는 이름처럼 깊은 골짜기를 품은 산들이 옹기종기 자리한 중심에는 곡성의 진산, 동악산이 있다. 비록 높지는 않지만 충청도·전라도·경상도를 일컫는 삼남 지방의 으뜸 경관으로 손꼽히는 암반계류와 울창한 숲, 그리고 유서 깊은 사찰을 품은 100대 명산 중 하나다. 맑은 물길 따라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진 곡성 동악산으로 한국화가 박석신 씨가 여정을 떠난다.

도림사계곡을 들머리로 동악산 여정을 시작한다. 동악산의 ‘악’은 보통 큰 산을 뜻하는 ‘악(岳)’과 달리, 풍류와 음악을 뜻하는 ‘악(樂)’에서 비롯되었다. 신라 원효대사가 도림사를 창건했을 때 하늘에서 풍악이 울리며 산이 춤을 추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사계절 맑은 도림사계곡의 물살이 노래하고 깊은 숲길 오가는 바람이 흥겹게 춤을 추는 듯한 길. 절로 가벼워지는 발걸음을 옮겨 청량한 풍광 속으로 들어선다. 

본격적인 산행은 도림사에서 신선바위를 지나 정상에 올랐다가 배넘어재를 거쳐 다시 도림사로 돌아오는 코스로 이어진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계곡 풍경과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길이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숲의 그늘이 무더위를 식혀주고 멀리서 잔잔히 들려오는 매미 소리마저 도시의 소란스러움과 달리 평온하게 다가온다. 초반 산길은 바위가 드러나 있지만 크게 험하지 않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몸과 마음이 가볍게 풀린다. 

산길을 오르자 저 멀리 마을 전경이 펼쳐지고 아래로는 도림사가 고즈넉하게 안겨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고을을 지켜주는 진산(鎭山)으로 기록되어 있는 동악산. 길은 갈수록 가팔라지고 울퉁불퉁 솟은 바위가 한층 성난 모습으로 걸음을 가로막는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신선바위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신선바위 쪽을 택해 걸음을 옮겨 너른 바위 위로 오르자 하늘과 땅 사이에 오롯이 서 있는 기분이 마치 신선이 된 듯 세상 근심 걱정을 잊게 한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 소나무와 어우러진 데크 너머로 곡성의 풍경이 펼쳐진다. 드디어 도착한 해발 735m 동악산 정상.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오르는 동안의 수고가 단숨에 잊힌다. 다시 걸음은, 과거 산이 바닷물에 잠겼을 때 배를 타고 넘어 다녔다는 배넘어재로 이어진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송림, 수려한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닮았고 곡성의 여름은 더욱 빛나 보인다. 자연이 천상의 노래를 부르는 곡성 동악산을 과 함께 만나본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