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꿈의 능선에 오르다] 3부 일본 북알프스 - 오모테긴자 종주

  • 2025.11.14 13:41
  • 3시간전
  • KBS

일본의 지붕을 이루는 대산맥 중 하나인 북알프스. 3,000미터급 봉우리들이 연이어 솟아오르며 거칠고 험준한 산악지형을 이루고 있다. 그 중심부에 선 야리가다케(3,180m)는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으로 뾰족하게 치솟은 봉우리가 ‘창끝’을 닮았다 해서 ’야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계절마다 표정을 달리하는 바위와 숲, 하루에도 여러 번 변하는 날씨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산의 생동감을 전한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시험하고 배우는 일본 북알프스로 산악 사진가 이상은, 문화기획자 홍미애 씨가 여정을 이어간다.

오모테긴자 종주 길의 중반을 넘어선 여정. 니시다케 산장에서 3일 차 아침을 맞는다. 희미한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야리가다케를 향해 일행은 마지막 능선에 들어선다. 산장에서 한참 동안은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바위에 박힌 철제 사다리가 길게 놓여 있고 중간중간 쇠사슬을 잡아야 하는 구간도 나타난다. 쇠의 냉기가 손끝을 타고 전해지고 바람은 거칠게 불어온다. 한 걸음마다 온몸의 힘이 실리고 아래로 이어진 산줄기는 멀고도 깊다. 잠시 평탄한 구간에 이르자 시야가 열리고 멀리 3,190m의 오쿠호타카다케가 선명하게 솟아 있다.

예로부터 일본 사람들은 산을 신이 머무는 곳으로 여겼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연의 뜻을 읽고 마음을 닦으며 수행했다. 19세기 말, 영국인 윌리엄 고울랜드를 비롯한 서양 탐험가들이 이 일대를 오르며 ‘일본 북알프스’라는 이름이 알려졌다. 그때부터 일본의 산은 수행의 길에서 점차 탐험의 길로 바뀌어 갔다. 야리가다케를 향한 오름길은 이름 그대로 거칠고 험하다. 한계를 시험하듯 이어지는 능선 위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걸음을 보탠다.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온 여정이기에 계속 나아갈 수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발아래는 이미 구름에 갇혔고 앞길마저 희미하다. 혼자였다면 두려웠을 법한 순간이지만 서로의 발걸음이 마음을 붙잡아 준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숨은 거칠어지고 생각은 깊어진다. 가족의 얼굴이 떠오르고 마음속으로 행복의 주문을 되뇌며 한 걸음씩 오른다. 얼마 뒤 해발 3,000미터 지점에 자리한 오야리 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행은 잠시 짐을 내려놓고 따뜻한 라멘 한 그릇으로 몸을 녹인다. 다시 길을 이어 3,080미터의 야리가다케 산장에 닿자 마침내 마지막 여정의 문턱에 선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지만 태풍이 다가오고 있어 오늘 정상에 오르기로 한다.

야리가다케 산장에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불과 200미터 남짓. 하지만 그 마지막 구간이 가장 험하다. 손과 발로 바위를 짚으며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고도를 높인다. 드디어 해발 3,180m 야리가다케 정상에 선다. 함께였기에 오른 길이다. 비와 구름이 뒤섞인 하늘 아래 긴 여정의 순간들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간다. 두려움은 지나가고 감동만이 산 위에 머문다. 일본 북알프스 오모테긴자 종주의 마지막 여정을 과 함께한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