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수확의 기쁨으로 차린 풍성한 식탁, 고맙습니다 햇 가을걷이
- 2023.09.20 10:21
- 1년전
- KBS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벼 수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수확한다는 조생 벼의 첫 가을걷이가 시작됐다. 올해는 유난히 무덥고 비가 많이 내려 농가의 걱정과 시름이 깊었지만,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쌀 경작지를 자랑하는 당진에는 그 피해가 적었다고...
당진은 이제 전국에서도 대표되는 곡창지대로 거듭났다. 그래서 더 좋은 쌀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에서는 병충해도 강하고 기후 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쌀을 생산하기 위해 약 66,000㎡에 이르는 땅에 400여 종의 벼를 실험 재배하고 있다.
풍요로운 첫 수확의 기쁨은 또 나눌 때 배가 되는 법. 햅쌀이 나오는 첫날엔 마을 잔치가 벌어진다. 무엇보다 각 집에서 하나씩 준비해 온 먹거리로 밥상이 더 풍성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나눔의 정! 이처럼 쌀은 예부터 함께 일하고 함께 수확하고 함께 즐기는 우리 민족을 묶어주는 매개체였다. 논두렁에서 잡은 우렁이와 미꾸라지, 토실한 토종닭까지 알찬 재료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풍성한 밥상! 무엇보다 윤기가 흐르고 찰진 햅쌀밥에 잘 어울리는 밥도둑 음식들이 식욕을 돋운다. 새콤한 간자미무침부터 짭조름한 간장게장까지 한 그릇 뚝딱 먹게 하는 밥도둑 한 상을 만나본다.
밤의 고장으로 유명한 공주시 정안면, 가을이 되기 무섭게 밤나무 산 곳곳에서 분주하게 밤을 줍는 사람들이 있다. 산 곳곳을 누비며 밤을 줍는 김재환 씨의 가족들. 햇밤 수확 철이 되면 도시에 사는 자녀들까지 합세해 밤을 줍는다. 저절로 떨어진 밤을 제때 줍지 않으면 수분이 모두 날아가 애써 지은 농사가 허사가 되고 만다.
명절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밤은 일반적으로 알이 세 톨이라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상징해 삼정승이라 불렸다고. 아내 순동 씨에게도 밤은 참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IMF 당시 생업이 어려워지자, 서울에서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남편을 따라 밤농사를 시작했다고. 식당을 운영했던 순동 씨의 손맛은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과 이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함께 녹아 있다. 밤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들을 개발 중인 순동 씨. 알밤을 가득 넣은 갈비찜부터 손녀들과 함께 만드는 율란, 그리고 순동 씨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완성한 밤완자탕까지 올망졸망 밤톨처럼 똘똘 뭉친 가족들을 위한 공주 알밤 밥상을 만나본다.
특산물이 바뀌다. 사과 대신 아삭하고 달콤한 대추 – 경산북도 경산
경산에는 본래 사과가 유명했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부지방의 기온이 오르면서 지역의 특산물도 어느새 대추로 바뀌게 되었다고. 말린 대추만이 익숙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알이 통통하고 달콤한 사과대추가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환경의 변화에 맞게 잘 자랄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아버지 조재수 씨! 그런 아버지를 따라 아들 이혁 씨도 대를 이어 대추 농사에 뛰어들었다.
예부터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단 대추는 약재로 쓰이며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했다는데... 열심히 딴 대추는 어머니 금이 씨의 손을 거쳐 맛깔스러운 요리로 탄생한다. 무엇보다 사과처럼 아삭하고 달콤한 맛이 나는 사과대추는 고춧가루와 갖가지 양념에 무치면 사과대추김치로 거듭난다. 말린 대추는 푹 고아 설탕 대신 쓰이는데 어떤 요리든 요긴하게 쓰인다. 특히 가을 첫 수확으로 얻은 대추는 단맛이 더 강해 가장 맛있을 때이다. 오랜 시간 대추와 함께하며 터득한 금이 씨만의 비법이 담긴 고추장대추찜닭부터 며느리 선화 씨의 솜씨가 돋보이는 고구마대추맛탕, 달달한 사과대추가 가득 들어간 대추불고기까지! 대추로 차려지는 푸짐한 한 상과 함께 웃음 가득한 대추 가족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고추와 참깨 수확이 한창인 청양. 수확물이 도착하면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대열 씨 가족들의 손발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런데 대열 씨네 방앗간은 좀 특별하다. 손님의 방앗간 출입을 금지해 놓은 것! 위생을 위해 철저히 외부인 출입 금지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이곳이 옛 방앗간 모습과 달라진 이유는 바로 20대 젊은 세 남매가 함께 일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일을 하던 첫째 명주 씨, 대학을 막 졸업했던 둘째 규성 씨와 막내 지영 씨가 부모님의 방앗간 일을 돕게 된 것은 바로 부모님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였다. 위암에 걸린 엄마와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은 아빠를 돌보기 위해 모든 일을 제쳐두고 청양으로 내려온 효심 가득한 자녀들이다. 세 남매의 꼼꼼함은 어머니 휘숙 씨를 닮았다. 딸들이 고춧가루를 말리는 사이 방앗간 한쪽에서 떡을 쪄내는 휘숙 씨.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 직접 선택한 제2의 삶이지만 방앗간 일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는데. 부모를 생각하며 한걸음에 달려와 준 아이들을 볼 때마다 기특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특히 가족들에게 가장 큰 휴식은 캠핑이다. 일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주는 캠핑의 낭만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요리! 아버지의 비법이 담긴 들깨수제비부터 세 남매를 위한 사랑을 담은 어머니표 묵은지돼지찜, 남매의 협심으로 만들어 낸 들깻잎전까지! 서로를 향한 마음이 더없이 따뜻하고 고소한 들깨 가족을 만나본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