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PICK 쌤과 함께> ‘세계 인권 선언’ 이후 75년...금기를 어긴 인류의 전쟁사

  • 2023.12.07 16:13
  • 3개월전
  • KBS

1948년 12월 10일, UN 총회에서는 2차 세계 대전을 전후로 만연했던 인권침해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인권에 관한 세계 선언을 발표한다. 12월 10일은 세계 인권 선언 제정 75주년을 맞는 날이다. 인권은 민족, 국가, 인종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마땅히 인정되어야 할 보편적인 권리이지만 오늘날까지도 인권 유린은 세계 각국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세계 인권의 날을 맞으며, 지난해 “이슈 픽 쌤과 함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에 대해 설명해 주었던 류한수 교수를 다시 초청해 인류의 전쟁사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역사학자인 류한수 교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전쟁’에서도 인권이 잔혹하게 침해되는 행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대교 명절일인 초막절, 이스라엘 주민들이 음악 축제를 즐기고 있던 사이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급습하여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일부를 인질로 납치했다. 또한 납치 인질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이 민간인 거주 지역에 가한 무차별 공격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뉴욕타임스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지역의 건물 약 3분의 1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 중에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현재 이-팔 전쟁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질 포획, 민간인 거주지역과 병원 폭격, 가자 지구에 대한 봉쇄와 식량, 의약품 차단은 모두 국제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전쟁범죄 행위이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류한수 교수는 단순히 ‘전쟁이 나쁘다’는 감상에 그쳐서만은 안되고, 전쟁을 없앨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해 전쟁의 속성을 냉철히 파악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쟁은 시대가 변하면서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되었는데 과거에는 일대일 전투로 진검승부를 펼치고, 용병을 고용해 전쟁을 했기에 민간인 피해 규모가 작았다면 현대의 전쟁은 민간인 피해의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고 전했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이후로 민족주의가 싹트게 되면서 민족 단위의 국가 결속이 이루어진다.

중세에는 지배계급의 사병이나 용병들이 제한적으로 전투를 했었지만, 근대가 되면서 국가가 대규모 상비군과 국가 예산을 동원해 전쟁을 치르는 ‘총력전(total war)’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전쟁이 바로 나폴레옹 전쟁(1803년~1815년)인데 당시 사상자는 300만에서 65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류 교수는 전쟁사에서는 나폴레옹 전쟁을 총력전의 시초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폴레옹 전쟁과 더불어 인류의 전쟁사를 완전히 바꿔놓은 또 하나의 혁명이 있는데, 바로 산업 혁명이다. 산업 혁명 이후로 강력해진 무기 체계는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에 불을 붙이게 된다. 과학기술 발달로 대량살상무기가 개발돼 1차 대전 당시 이프르 전투에서 사용되었던 독가스로 인해 5천 명 이상의 군인이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2차 세계 대전에는 피해가 한층 더 심각해졌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추정조차 어렵지만 약 5,000만 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중 70%는 민간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2차 세계 대전에서는 적국의 전쟁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폭격하는 ‘전략 폭격’이 광범위하게 행해져 독일 드레스덴, 일본 도쿄 등지에서 수십만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또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아사 작전이라 꼽히는 독일의 레닌그라드 900일 봉쇄 작전으로 민간인 1백만 명이 사망했는데, 대부분은 아사였다. 1백만 명의 사망자는 드레스덴과 함부르크 폭격,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목숨을 잃은 민간인을 모두 더한 것과 맞먹는 수이다.

이렇듯 많은 인류에게 최악의 시기였던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되고,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어 국제사회는 19세기 말부터 1949년까지 4차례에 걸쳐 제네바 협약을 합의하게 된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전쟁으로 인한 인권 유린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류 교수는 제네바 협약 이후에도 이를 위반하는 사례들이 계속 발생했다고 전했다. 1982년 레바논 내전 당시 아랍인들은 반인류적 학살을 저지르고 방조한 이스라엘에 대해 항거했지만, 국제 사회는 외면했고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 평화의 확립과 유지에 앞장서야 할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파를 부추기고 전쟁범죄 행위를 조장, 또는 방조하는 행태가 비극의 원인이 된 것이다. 류 교수는 국제기구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고, 전쟁을 막을 근본적인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국제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전쟁을 금기(taboo)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류한수 교수와 함께하는 세계 인권의 날을 맞이하여 다시금 돌아보는 인류의 전쟁사와 인권! “이슈 PICK 쌤과 함께” ‘전쟁은 어떻게 인간을 파괴했나’ 편은 12월 10일(일) 오후 7시 10분 KBS 1TV로 방송된다. 방송 후에는 KBS홈페이지(www.kbs.co.kr)와 wavve, 유튜브 KBS 교양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