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왜적을 피해 도망간 깊은 산 속...괴산 ‘산막이옛길’ 트레킹

  • 2024.03.29 09:15
  • 4주전
  • KBS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에 자리한 산막이옛길. 산막이옛길의 ‘산막이’는 ‘산이 막아섰다’는 뜻으로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갔던 피란민들이 산에 막혀 더 가지 못하고 머물렀다는 옛이야기와 오래전 도공들이 산에 막을 치고 일을 했던 곳이란 데서 유래했다. 깊은 산과 괴산호에 가로막혀 벼랑길로 오가던 산막이마을 사람들의 애환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산막이옛길로 박석신 한국화가와 정진채 싱어송라이터가 함께 떠난다.

산막이옛길 들머리로 트레킹을 시작한다. 오래전엔 호랑이가 살았을 정도로 깊은 산골짜기. 그만큼 맑은 공기가 일행을 맞이한다. 1만여 평의 소나무 숲이 내뿜는 솔향을 즐기며 천천히 걸어본다. 걸음을 옮길수록 산허리 아래 괴산호가 햇살에 비쳐 푸르게 빛난다. 바람과 햇볕이 만들어 낸 반짝이는 윤슬을 보며 걷다 보니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구처럼 이른 봄이 피어오르는 호수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이어서 괴산호를 끼고 솟아오른 등잔봉을 향해 올라선다. 등잔봉과 천장봉을 넘어 산막이마을로 내려서는 코스. 산막이마을은 1957년 괴산댐이 건설되면서 마을 대부분이 수몰되어 2가구 남짓 남았다가 산막이옛길이 복원된 이후 1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일행이 걷는 등산로는 옛 산막이마을 사람들이 과거시험을 위해 떠나던 길이자 소금을 이웃 마을로 나르던 삶의 땀내가 배인 길이다. 생각보다 가파른 산세에 오르기 쉽지 않지만, 예부터 선비들이 예찬하고 사랑했던 아름다운 산과 자연이 사방에 펼쳐져 있어 힘든 줄 모르고 오른다. 

계속해서 가파른 길을 올라 마침내 등잔봉에 도착한다. 등잔봉은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등잔불을 켜고 100일 기도를 했다는 설에서 이름이 유래된 봉우리. 해발 450m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주변으로 산 너울이 깊게 일렁이고 발아래로는 호수가 눈부시니 여느 명산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전망을 펼쳐놓는다. 등잔봉을 넘어 천장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괴산호가 내내 함께 따라오며 마음에 푸른 물을 들인다. 오롯이 자연 그대로 모습을 간직한 그 길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일행. 정지용 시인의 ‘호수’를 노래하며 사색에 빠져본다.

곧 꽃망울을 터뜨릴 듯한 진달래 꽃봉오리를 보니, 봄이 한 걸음 뒤에 서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본격적으로 봄철이 시작되는 이맘때, 산불 조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작은 불씨나 마찰로 소중한 자연이 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장봉을 내려서 산막이마을에서 다시 산막이옛길로 들어선다. 옛 산막이마을 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벼랑 끝 오솔길을 걸으며 그 시절 삶의 애환을 생각해 본다. 아름다운 괴산호와 옛길에 담긴 오래된 이야기가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괴산 산막이옛길로 과 함께 떠나본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