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에 빠지다
경상일보,
2023.03.20 00:10

동네 공터에 서커스단이 왔다.
천막이 쳐지고 무대도 세워졌다.
첫날부터 억수비가 내렸다.
천막귀퉁이는 찢겨 비바람이 안으로 몰아쳤다.
쑤셔놓은 벌집마냥 구경꾼들이 왁작거리고 땀 냄새 범벅이었지만 무대 위는 생전 처음 맛보는 공연이 벌어졌다.
따라붙은 드럼과 기타 그리고 북, 장구는 웬 말인가. 아마 줄타기, 공중그네, 원숭이 재주부리기 등에 음악을 불어넣기로 했던 모양이다.
나는 정말 두 눈이 핑글핑글했다.
딱딱 맞아떨어지도록 공중그네 낚아채는 몸짓이나, 흔들흔들 공중에 가로놓인 줄을 맨발로 건너가는 모습에 마른침이 꼴깍꼴깍, 숨이...
출처 : 경상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