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창> '의료붕괴 : 카운트다운'
- 2025.05.13 10:43
- 3시간전
- KBS

의정 갈등 사태가 1년을 훌쩍 넘었다. 한때 문을 닫았던 응급실들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비정상적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권역 응급의료센터조차 의사들의 '나홀로 당직'이 계속된다. 전공의와 전임의, 교수까지 7~8명이 같은 시간대에 함께 근무했던 곳이었다. 진료가 축소되면서 119 구급대원들은 전화 문의와 수용 거절 쳇바퀴를 돌린다.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장 김수진 교수는 ‘골든타임은 이미 놓쳤다’고 잘라 말했다.
시사기획 창은 고려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교실에 의뢰해 의정갈등의 영향을 심층 분석했다. 사망률은 오히려 낮아졌지만 사망 장소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요양병원 사망 비중이 늘어난 것.
적절한 치료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서 눈을 감은 노인들. 이 죽음은 초과사망으로 포착되지 않는다. 전공의 이탈 이후 수술 건수도 급감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만 소화할 수 있는 고난도 수술 또는 병기가 늦은 암 수술이 지연됐다면 결국 환자 수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폐암 세포는 한 달 사이에 두 배로 자라난다. 환자들의 병기가 2기에서 3기로 4기에서 4기 말로 올라간다.” 흉부외과 전문의의 경고다.
수도권 전문의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지역 근무자는 제자리걸음이다. 지역 의사들이 오히려 서울로 올라오는 추세도 나타난다. 외과 전문의의 경우 지난해 1분기에서 4분기 사이에 수도권에서는 100여 명 늘었지만(3,335명→3,437명) 비수도권 근무자는 오히려 30여 명 줄었다(3,296명→3,262명). 특히 1분기와 2분기 사이에만 수도권 근무 외과 전문의가 90명 늘었다. 지난해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수도권에서 블랙홀처럼 지역 전문의를 빨아들였다는 점을 시사한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은 임상강사, 입원전담전문의 등 여러 형태로 전문의 채용을 늘렸다.
■ 공중보건의조차 없다...‘의료 사막’ 돼가는 지역
의대생들은 의사면허를 딴 뒤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입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 관행도 깨지고 있다. 지난해 현역병으로 입대한 의대생은 1,300여 명이었 다.
2019년의 12배다. 같은 기간 동안 의과 공중보건의는 반토막 났다.
전라남도만 해도 보건지소 216개 가운데 공중보건의 없이 운영되는 곳이 126개에 이른다. 일 년 사이에 42곳이 비었다. 의료 취약지는 주로 인구 소멸 위기지역과 겹치고, 자치단체의 재정도 넉넉지 않다. 의사를 고용할 예산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지역 의료 사막화는 가속화된다.
중소도시 종합병원들은 월급을 3천만 원씩 주겠다고 해도 필수과 의사 구하기가 어렵다. 목포한국병원 박인호 원장은 “인건비가 지출의 60%에 육박해서 병원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시사기획창이 찾은 거점 국립대병원은 병동 일부를 폐쇄했다. 응급실도 ‘개점휴업’에 가깝다. 환자를 거의 받지 못한다. 국립대병원 교수 일부도 병원을 떠났다.
불똥은 간호사들에게도 튀었다. 한 국립대병원에서만 2022년 이후 합격한 간호사 수백 명이 기약 없이 출근을 기다린다.
지역에서는 절박하게 대책을 호소한다. 지역수가제와 의료기관 준공영제 등이 거론된다. 신뢰의 위기를 넘어, 한국 사회는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을까?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의료 실태를 조명한 ‘의료붕괴 : 카운트 다운’은 오늘(13일) 밤 10시 KBS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