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신뢰 제로: 대법원의 선택적 정의’
- 2025.06.09 09:45
- 5시간전
- MBC
![[PD수첩] ‘신뢰 제로: 대법원의 선택적 정의’](https://i.ibb.co/s9BB825h/20250609082127-0-jpg.jpg)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법부는 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로 일관해 왔던 대법원이 5월 1일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4월 22일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초고속 판결을 내렸다. 이 결정은 오랫동안 쌓여온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왜 대법원은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파기환송 결정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법원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었다. 몇몇 판사들은 법원 내부 게시판에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PD수첩”은 당시 글을 남겼던 현직 판사들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 다.
20년 넘게 법복을 입고 근무했다는 그들은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그 절차상의 문제점과 이례성을 지적했다. 일선 판사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 대법원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이례적인 전원합의체 판결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PD수첩”은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1988년부터 올해 3월까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 546건을 AI로 분석해 봤다. 대법관들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일지 분석해 본 결과,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권력을 분산하고자 했던 사법 개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오히려 개혁의 흐름을 거꾸로 돌렸다. 현재 연간 12명의 대법관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는 3~5만 건. 한정된 대법관 수로 빠른 재판은 이루어지지 않고, 절대적인 대법원장의 권력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던 故 이춘식 옹은 대법원이 5년간 재판을 지연하는 사이 함께 소송했던 동료들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냈다. “PD수첩”은 故 이춘식 옹의 장남 이창환 씨를 만나 그날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후 일본 기업의 자산 처분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던 이춘식 옹은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도대체 왜 20년 동안이나 재판이 끝나지 않았던 걸까?
상고심은 지금까지도 개혁의 사각지대에 남겨져 있다. 대법원에 상고된 민사사건 중 약 70%는 제대로 된 심리도 없이 기각된다. ‘심리불속행 기각’. 사실상 이유 없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어렵게 상고한 당사자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이라는 사유로 상고심 재판을 종료했다. 피해자는 왜 재판이 종료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사법부의 다른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빼앗겼다. 대법원으로부터 외면당한 사람들과 멈춰버린 사법 개혁, 이제 사법 시스템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MBC “PD수첩” ‘신뢰 제로: 대법원의 선택적 정의’는 6월 10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 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