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여름방학 특집 효찬이의 노란 손수레

  • 2025.07.25 14:37
  • 1일전
  • KBS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는 무더운 여름날, 김제의 어느 시골 마을에는 햇볕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찬 손수레꾼, 효찬이가 있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도와 옥수수를 따고 팔았다는 효찬이(14).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떤 옥수수가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알 정도로 척척 농사일을 해낸다.

그렇게 딴 옥수수를 수레에 담아 팔러 다니는 효찬이는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도 듬뿍 받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향한 효찬이의 효심을 마을 사람들도 기특하게 생각해서란다. 집에서도 어깨가 아픈 할머니의 머리를 감겨 주고, 무릎이 아픈 할아버지를 위해 마사지도 해준다는 효찬이는 더운 여름에도 밭일을 쉬지 않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건강이 상할까 요즘 걱정이 많다.

효찬이의 소원은 딱 하나다. 언제나 자신을 생각해 주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 사셔서 언젠가 꼭 호강을 시켜 드리고 싶다.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할아버지 제곤 씨(73) 와 할머니 재순 씨(63). 하지만 너무 무리했던 탓일까. 할아버지는 네 번의 힘든 고관절 수술과 두 번의 무릎 수술을 견뎌야 했고, 할머니도 작년에 양쪽 어깨 수술을 받게 되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계속 농사일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걱정되는 건 손자 효찬이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 자랐다는 효찬이.

할머니는 효찬이가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하려고 온 힘을 다해 키웠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많은 걸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늘 미안함이 가득하다. 세 살 무렵 경기를 일으킨 후 지금까지 뇌전증 약을 먹고 있는 효찬이. 그뿐만이 아니라 4년 전에는 폐종양으로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지금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챙겨주는 기특한 아이로 자랐지만, 후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없이 혼자 지내게 될 날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다.

어딜 가든 항상 효찬이와 한 몸처럼 함께 다니는 노란 손수레. 밭일을 나가면 농기구들이, 동네 사람들에게 옥수수를 팔러 가면 옥수수가 손수레에 가득 실리지만, 사실 손수레에 담겨있는 건 그게 다가 아니다. 그 손수레 안에는 엄마와 아빠 대신 지금껏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향한 효찬이의 감사한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평소 쑥스러워서 표현은 못 하지만, 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챙겨드리는 행동으로 대신한다는 효찬이. 옥수수를 팔러 나가는 이유도 몸이 아픈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병원비를 보태고 싶다는 기특한 생각 때문이란다. 할머니는 혹여 친구들이 효찬이를 보면 놀리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효찬이는 오히려 할머니 옆에서 옥수수를 파는 게 재밌고 좋다고 말한다. 그런 효찬이는 오늘도 노란 손수레를 끌며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받은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온 마을을 누빈다.

*이후 508회 ‘하늘 아래 아빠와 나’ (2025년 05월 31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