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1000회 특집 5부작] 세상 끝의 낙원 – 3부 피츠로이, 페리토 모레노 빙하
- 2025.07.25 14:55
- 1일전
- KBS
바람이 멈추지 않는 땅, 파타고니아. 그 한가운데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에 자리한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깊숙한 품으로 들어선다. 깎아지른 듯 치솟은 피츠로이 봉우리와 수만 년의 세월을 품은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바위와 빙하가 그려내는 두 개의 세계는 풍경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경이로움으로 여행자를 압도한다. 사람을 한없이 겸손하게 만드는 파타고니아의 자연으로 산악 사진가 이상은, 문화기획자 홍미애, 세계 100대 명산 탐험가 박춘기 씨가 여정을 이어간다.
피츠로이 트레일의 들머리, 엘 찰텐. 이른 아침 왕복 25km에 이르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바람은 사납고 산은 짙은 안개에 모습을 감춘다. 잠시 뒤 하늘이 열리며 무지개가 떠오르지만, 그 평화도 오래가지 않는다. 곧 빗줄기가 쏟아지며 파타고니아 특유의 변화무쌍한 기후가 본색을 드러낸다. 여름이라도 평균 기온은 13도 안팎. 남극과 가까운 위치 때문에 빙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비가 더해지니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든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 속에서도 일행은 피츠로이의 실루엣을 기대하며 카프리 호수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빗속을 걸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츠로이를 조망할 수 있는 명소로 꼽히는 카프리 호수가 눈앞에 나타난다. 늘 구름에 덮여 있어 ‘연기가 나는 산’이란 뜻으로 ‘세로찰텐’이라 불렸던 피츠로이는 그 이름처럼 안개에 가려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호수 위를 스치는 잔잔한 물결이 피츠로이를 대신해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나무로 된 다리를 지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풍경 안에 들어섰음을 실감한다. 갈 길은 여전히 멀고 하늘은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가 없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 결국 일행은 다음을 기약한다.
피츠로이 트레킹을 마친 뒤 일행은 다시 엘 칼라파테로 간다. 다음 목적지는 또 하나의 신비로운 대자연, 페리토 모레노 빙하다.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남쪽으로 가는 길, 창밖으로는 끝없이 이어진 설산과 청명한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어느새 하나의 풍경 속으로 스며든 듯하다. 이 국립공원엔 40개가 넘는 큰 빙하가 퍼져 있으며 그중에서도 페리토 모레노는 규모 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일행은 가까이에서 빙하를 조망할 수 있는 트레일로 들어선다.
빙하 코앞까지 이어지는 푸르른 숲을 따라 걷다 보면 드디어 눈앞에 장대한 빙하가 펼쳐진다. 짙은 푸른빛을 띠는 얼음벽의 그 거대한 결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이대로 돌아서기 아쉬운 풍경이기에 일행은 보트를 타고 빙하 더 가까이 다가간다. 한때는 ‘안정된 빙하’로 불렸던 이 빙하도 최근 2년 새 700미터나 후퇴했다. 감탄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이 순간,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모든 풍경을 지나 지구의 시간을 마주하는 남미 파타고니아 여정을 과 함께 떠나본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