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1000회 특집 5부작] 바람의 길 - 5부 칠레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
- 2025.08.08 13:48
- 5시간전
- KBS

1000회를 맞아 떠난 파타고니아. 그 대장정의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루에 사계절이 다 있는 칠레 파타고니아, 그 남단에 자리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광활한 대초원 너머로 2,000~3,000m 높이의 바위산들이 솟아있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톱날처럼 치솟은 세 개의 봉우리, 토레스 델 파이네는 국립공원의 상징이자 수많은 트레커들이 꿈꾸는 목적지다. 살아 숨 쉬는 초지와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암봉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산악 사진가 이상은, 문화기획자 홍미애, 세계 100대 명산 탐험가 박춘기 씨가 여정을 이어간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상징인 삼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보트를 타고 푸데토 선착장으로 향한다. 바람을 가르며 호수를 건너는 보트 위에서 풍경은 점점 더 거칠고도 장엄해진다. 선착장에 닿은 뒤, 일행은 차를 타고 라스 토레스 산장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는 깃털 같은 구름 아래 잔잔한 호수가 펼쳐지고 언덕 위에선 과나코 떼가 여유롭게 풀을 뜯는다. 끊임없이 불어오는 파타고니아의 바람 사이로 국립공원의 상징적인 봉우리들이 하나둘 그 위용을 드러낸다.
라스 토레스 산장에 도착하자 어제의 칼바람은 잔잔해지고 하루 만에 어느새 여름 햇살이 머리 위로 내려앉는다. 하루에도 수시로 계절이 바뀌는 이런 날씨마저 이곳의 일부라 생각하니 오히려 재미있다. 먼저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내려 이룬 노르덴셸드 호수를 보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나선다. 멀리서 보면 그저 황량한 벌판처럼 보였던 땅. 그 품으로 들어서자, 발밑에 작은 꽃들이 오밀조밀 피어있어 이곳이 생명으로 가득한 땅임을 실감한다. 거센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꽃들 덕분에 걷는 길이 더 선명해진다.
노르덴셸드 호수에 도착하자 화창한 하늘이 가장 먼저 일행을 맞이한다. ‘파이네의 뿔’이라는 뜻의 쿠에르노스 델 파이네가 호수와 어우러져 마치 한 장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다음 날, 드디어 토레스 델 파이네 봉우리를 만나러 아침 일찍 걸음을 재촉한다. 굵은 빗줄기가 땅을 적시고 낮게 깔린 안개가 산자락을 감싼다. 라스 토레스 전망대까지 남은 거리 6.8km. 삼봉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궂은 날씨에도 푸르게 빛나는 거대한 탑을 떠올리며 묵묵히 걸음을 옮긴다.
세차게 흐르는 아센시오강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토레스 숲에 들어선다. 봉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흐리던 하늘도 잠시 열릴 기미가 보인다. 하지만 길은 더욱더 험해진다. 눈과 우박이 쏟아지고 거칠고 날카로운 빙퇴석 지대 위로 바람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토레스 델 파이네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길 바라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마침내 옅은 안개 너머로 세 개의 푸른 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태초의 자연을 품은 남미 파타고니아의 마지막 여정을 과 함께 만나본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