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광복80년 특별기획 <마지막 증언> 2부 이름 없는 청춘, 학생독립운동가 - 이하전, 강태선, 이석규 애국지사

  • 2025.08.14 11:01
  • 3시간전
  • KBS

폭력을 피와 달게 바꾸어 완성한 숭고한 광복, 이름 없는 청춘들의 항거는 강렬했다. 1940년대 황국신민화 내선일체 교육을 표방하던 일제의 이중성은 학생운동의 저항 의식에 오히려 불을 지폈다. 3·1운동을 도화선으로 6·10만세운동 그리고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으로 학생운동의 맥을 이어왔다. 그리고 1940년대, 일제의 학원 감시 및 병영화가 본격화함에 따라 비밀결사 조직, 독서회 형태로 바뀌면서 그 파급력이 대단했다.

그러나 저항의 결과는 더 잔혹했다. 그들은 정학, 퇴학 등 일제하 소수에게만 주어진 교육의 기회, 보장된 미래를 가차 없이 버렸고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투옥되어 무자비한 고문을 견뎌야 했다. 1940년부터 1943년까지 검사국 수리자 중 18%가 20세 미만 조선인 소년, 소녀들이었다고 한다.

최고령 이하전(105세) 지사는 물론 강태선(102세), 이석규(100세) 지사는 80년이 지난 지금도 투옥 중에 겪은 고문을 트라우마로 간직하며 산다. 잊고 싶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 때론 절대 침묵으로 때론 눈물로 생생하게 전하는 그날의 이야기. 80년 전 청춘들이 80년 후 청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하는 광복의 의미를 담았다.

100년을 살아온 세월이 오히려 앞서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에게 미안하다며 첫 소회를 밝힌 강태선(102세) 지사. 서귀포 앞바다에 풍랑이 일 때면 어김없이 일제 강점기하에 재일 조선인으로 살았던 통한의 세월이 생생히 떠오른단다.

가난했던 집안 형편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본 유학길을 선택했던 강태선 지사는 신문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며 재일 조선인 학생들과 비밀결사 조직을 결성해 일본 땅에서 독서회뿐 아니라 무장투쟁을 모의하는 등 일제에 항거했다. 강 지사는 1944년 6월 치안유지법으로 검거되어 말할 수 없는 고문 끝에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해방 후 감옥에서 풀려나 고향 제주로 돌아왔지만 1990년 애족장을 받기 전까지 선뜻 당신의 과거를 말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것은 4·3 제주 항쟁, 해방정국의 혼돈을 겪으며 가족의 안전을 지키려 했던 가장의 선택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 강태선을 자식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아직도 독립운동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는 뭘까? 100년을 함께 산 노거수 아래 마당 깊은 집, 제주에서 강태선 지사는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을까?

▶ 18명 ’무등독서회‘의 마지막 증언자입니다. – 이석규 지사 (100세)

당시 열일곱의 이석규(100세) 지사는 광주사범학교 재학시절 노골적인 한인 학생 차별을 참지 못하고 '무등독서회'를 통해 일제에 항거했다. 그런데 그 시작은 목욕탕이었다고 한다. 일본 학생들 전용 목욕탕이라며 욕설과 무차별한 폭행을 당하고 쫓겨난 열일곱의 이석규는 분노와 울분을 참지 않았다.

당시 태평양 전쟁, 패색이 짙어가던 일본이 전쟁에 항복하면 우리는 독립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벽보, 전단을 살포하며 독립운동을 했던 이석규 지사는 ’무등독서회‘에서 유독 주목받는 일원이었다. 퇴학, 일경에 체포되어 옥살이까지 했던 이석규 지사, 최근 당신 곁을 평생 지켜준 아내를 잃은 슬픔을 겪고 있다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최고령 독립유공자 이하전(105세) 지사는 1938년 숭인상업학교 재학시절 같은 학교 재학생들과 함께 조국 독립을 목적으로 비밀결사 독서회 ‘축산계’를 조직하고 활동하였다. 그의 비밀결사 운동은 졸업 후 일본 도쿄 사립 법정대학 재학 중에도 계속되었는데, 1941년 일제에 발각되어 징역 2년 6월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해방 후 미국으로 건너간 이하전 지사는 도산 안창호 선생을 존경하여 흥사단 정신을 평생 신념으로 간직하며 살았다. 몬트레이 미 육군 언어학교에서 한국어과 교수로 평생 미국 군인을 가르쳤다. 일제 치하 당신의 투옥, 고문, 투쟁사를 감동적인 수기, 책으로 엮었음에도 고문에 관해선 절대 침묵으로 일관한다. 머나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하전 지사의 다복한 가족들이 함께 전하는 광복 축하 메시지, 그동안 감춰둔 이야기를 공개한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