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은영이가 돌아왔다

  • 2025.08.19 14:47
  • 6시간전
  • KBS

마을 어르신들 사이에서 아이돌이라 불리는 여인이 있다. 3천 평 과수원의 안주인 성은영(33세) 씨가 그 주인공이다. 3년 전 서울에서 아버지 곁으로 내려온 은영 씨는 사과밭에 인생을 걸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농사에 모르는 것투성이인 데다가 작은 체구로 하려니 힘에 부치는 것이 일상이다. 힘든 줄도 모르고 주위 사람들 챙기기 바쁜 은영 씨를 두고 마을 어르신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은영 씨 부모님의 30년 인생이 담긴 사과밭. 10년 전 엄마가 희귀암으로 돌아가신 후 홀로 사과밭을 일궈온 아빠 성범환(63세) 씨. 암흑 같았던 투병 생활 동안 엄마의 병실을 오가며 곁을 지킨 건 맏딸 은영 씨였다. 고작 초등학생이었던 늦둥이 막내 은서(23세) 걱정뿐인 엄마에게 은서는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 말라며 의연하게 다독였던 은영 씨. 은영 씨는 언제나 그 약속을 마음 한편에 품고 살아간다.

범환 씨의 극구 반대에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부의 길을 걸은 둘째 기윤(31세) 씨. 그리고 아직은 놀고 싶은 마음이 더 크지만 투덜대면서도 밭으로 향하는 막내 은서 씨다. 동생들 시집, 장가보내고 아버지 사과밭 번성하는 게 은영 씨의 꿈. 앞서는 의욕에 콩밭도 시작하고 체험농장도 만드는 바람에 삼 남매는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은영 씨의 귀향은 특별한 바람을 함께 몰고 왔다. 은영 씨는 이제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하는 걸 넘어 가족들에게 그 이상의 특별한 존재가 됐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은영 씨의 사과밭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평생 땡볕에서 일만 한 부모님은 절대 아이들에게 농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돌아가시기 전 은영 씨에게 농사만은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어머니. 하지만 둘째 기윤 씨마저 부모님 뜻을 꺾고 당진에 눌러앉았다. 기윤 씨는 덜컥 공무원 시험까지 합격하고 당진시 농촌 지도사로 일하고 있다.

은영 씨는 당진으로 내려오자마자 콩 농사를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더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콩 농사는 온전히 삼 남매의 몫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셋이 의기투합해서 콩 농사를 지어가는 중이다.

은영 씨의 또 다른 비장의 무기, 체험 농장이 있다. 직접 농사지은 초당 옥수수와 블루베리를 이용해 베이킹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삼 남매 중 손재주가 제일 좋은 막내 은서 씨 없으면 안 돌아간단다.

늘 웃는 얼굴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은영 씨. 그래도 남들은 모르는 은영 씨의 속사정은 있는 법. 특히 막내 은서 씨와 허구한 날 투닥거린다.

삼 남매의 야심작이었던 콩 농사가 빛을 보기도 전에 위기가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폭우에 콩밭 전체가 물에 잠기려는 기세다. 그칠 줄 모르는 거센 빗줄기에 은영 씨 마음은 타들어 간다.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 은영 씨와 동생들은 두 다리 걷고 나서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콩밭을 살리려는 작업에 나선다.

어머니의 꽃이 저문 사과밭으로 돌아와 자기만의 새로운 꽃봉오리를 피워가는 은영 씨. 부모님의 인생이 담긴 사과밭을 두 동생과 더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은영 씨가 돌아오면서 사과나무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열매 맺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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