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기획창 <이어카 : 세상을 잇다> 방송... 그 이후 이야기

  • 2025.09.16 11:05
  • 4시간전
  • KBS

2022년 방송으로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보건복지부가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해 발표한 바 있다. 힘들고 위험한 폐지 수집 대신 다른 일자리를 소개하고, 소득이 부족한 경우 연금이나 돌봄 서비스 등 복지사업을 연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실태조사 당시 설문에 응한 노인의 88.8%가 앞으로도 폐지 수집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일자리를 제공하면 폐지 수집을 중단하겠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소득이 적은 데다,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데도 노인들은 왜 폐지 수집을 하는 걸까?

현재 폐지 가격은 kg당 50원 수준. 온종일 수백 kg의 폐지를 모아 리어카 가득 싣고 재활용업체에 가도 손에 쥐는 돈은 1~2만 원에 그친다. 턱없이 낮은 보상에도 노인들은 자녀들이나 나라에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번다는 것에 정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힘들고 돈이 안 되는 폐지 수집은 역설적으로 은퇴한 노인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형편이 어려운 노인이 근근이 하는 용돈벌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이들의 노동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경비원의 노동에 기대 수거업체가 수거하는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이나 상가 건물의 경우 문 앞에 내놓은 폐지를 골목골목을 돌며 수거할 인력을 따로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폐지 수집 노인들이 없다면 날마다 오는 택배 상자가 골목에 버려지기만 할 것이다.

산업재해와 직업병에 특화된 녹색병원과 시민단체 '오늘의 행동'은 폐지 수집을 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노인들에게 도움이 될 리어카를 지난해부터 개발해 왔다. 개발 과정에는 인근의 중학교 학생들도 아이디어를 내, 리어카 손잡이를 'ㄷ'자 모양이 아닌 가운데가 열려 있는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로봇을 활용한 레이저 정밀 용접을 하는 한 업체 대표는 전문성을 살려 로봇 용접으로 리어카를 제작하겠다고 자원했다.

이렇게 제작된 리어카의 이름은 '이어카'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기부사업이 아니라, 설계도와 제작 방법을 공개해서 앞으로도 더 나은 '이어카'가 나올 수 있도록 이어지는 것이 개발자들의 목표다. 이번 방송에 소개될 '완성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 결과물인 이어카는 오늘(16일) 밤 10시 KBS 1TV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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