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나는 자폐스펙트럼입니다'

  • 2025.10.14 11:02
  • 3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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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자폐 위험을 높인다"라는 발언을 해 WHO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다만 "2000년보다 자폐스펙트럼 유병률이 400% 이상 늘었다"라는 트럼프의 말은 사실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만 8살 가운데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 비율이 얼마인지 나타내는 유병률을 주기적으로 발표한다.

2000년, 이 수치는 0.67%였지만 2022년 기준으로는 3.22%로 4배 넘게 증가했다. 31명 중 1명은 자폐스펙트럼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2011년 7~12세 아동 5만 5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유병률이 2.64%로 집계됐는데 전문가들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증가세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학계에선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단순히 타이레놀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고령화, 환경 호르몬 등 여러 가지를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 진단이 활성화되고 2013년부터 '자폐증'이란 명칭을 '자폐스펙트럼'으로 변경하고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운 환자도 포함해 진단 범위가 넓어진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그렇다면 자폐스펙트럼의 핵심 증상은 무엇일까?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자폐스펙트럼의 핵심 증상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내성적이고 수줍은 정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교감하지 않고 자신만의 관심사에 집착하는 특징을 보인다"라고 말하며 "자동차 줄 세우기, 까치발 걷기 등 단순한 몇 가지 행동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OO아 그건 안 돼" 라고 말했을 때 아이가 행동을 멈추거나 부모의 행동을 살펴보는 지, 이른바 사회적 참조를 하느냐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소아정신과를 방문해 관련 검사를 받고 종합적인 진찰을 받아야 한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 뇌신경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런 뇌신경 문제는 유전자 변이 탓으로 보이는데 역시나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은 시각, 청각, 촉각 등 각종 감각이 예민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자리를 돈다든지 손을 흔드는 등 이른바 상동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예민함을 낮춰주고 사회적 훈련을 하기 위해선 각종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 선생님과 1:1 치료가 필요한데 주 2~3회 정도는 받는 게 좋지만, 치료비가 1회당 최소 7~8만 원 수준이라 경제적 부담이 크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바우처는 월 17~25만 원 수준이고 건강보험 적용은 되지 않는다. 민간 실손보험의 경우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으면 오히려 치료비를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 발달 속도가 느린 아이를 계속 돌봐야 하는 부모들은 다른 부모들과 교류가 점점 줄어들고 우울함과 고립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폐'란 말은 서양의 'AUTISM'이란 단어를 일본에서 번역하면서 '스스로 자 自'에 '닫을 폐 閉'라는 자의적인 단어를 사용했는데 우리나라도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해 왔다. 하지만 'AUTISM'이란 단어는 그리스어로 'AUTO'(자기 자신)에 'ISM'(경향, 상태)이라는 단어가 결합한 것으로 '닫는다'는 부정적인 의미는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이 단어를 사용해 오던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서 이 단어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자폐스펙트럼이란 무엇이고, 부모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이들을 돕고 함께 어울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오늘(14일)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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