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 군힐드

이혼 후,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던 민형(32) 씨의 인생에 예고도 없이 행운이 찾아왔다. 3년 전, 영어 공부 사이트에서 우연히 서로 알게 된 군힐드(23) 씨와 민형 씨. 처음엔 단순히 영어 공부를 위해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3개월쯤 지나면서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민형 씨를 볼 겸 군힐드 씨가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첫 대면 한 두 사람은, 서로가 운명의 반쪽임을 느꼈고,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을 꼭 빼닮은 천사 같은 딸 사랑이(16개월)가 태어났다.

반응성 염료를 만드는 회사에서 격주로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민형 씨는 몸도 마음도 지쳐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애교쟁이 사랑이와 복덩이 같은 아내의 따뜻한 포옹 한 번이면 모든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린다. 재미도 의욕도 잃은 채, 그날이 그날 같던 민형 씨 삶에 찾아온 아내 군힐드 씨와 딸 사랑이. 두 사람은 민형 씨 인생의 전부가 되었다.

민형 씨는 20대 중반에 이른 결혼과 이혼을 경험했다. 그때의 상처로 가정을 꾸리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고,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민형 씨의 어머니도 이혼 후 자식만을 위해 살았다. 그리고 아들도 이혼하자, 어머니는 큰 상처를 받았다. 이혼 가정에서 자라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 못하나 싶은 자책 때문이었다. 그렇게 민형 씨와 어머니는 일 년에 한, 두 번 생사 확인만 겨우 할 정도로 관계가 단절됐다.

그러나 민형 씨 인생에 군힐드 씨가 들어오며 민형 씨의 삶도 달라졌다. 일상의 재미라곤 잊은 채 집과 회사만 오가며 살았던 민형 씨는 요즘 군힐드 씨, 사랑이와 함께 더 행복해질 미래를 꿈꾼다. 다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 민형 씨와 예의와 도리를 중시하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군힐드 씨.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사랑이 덕에 민형 씨 어머니와의 관계는 오히려 더 화목해졌다.

신장암 투병 중인 민형 씨 아버지는 사랑이 보는 즐거움에 얼른 나아야겠다며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자신과 가족들의 삶을 바꿔놓은 아내 군힐드 씨에게 민형 씨는 언제나 고마운 마음뿐이다.

군힐드 씨의 하루는 사랑이를 돌보는 것으로 시작해 사랑이를 돌보는 것으로 끝난다.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않고, 종일 사랑이를 보살피는 열정 가득 초보 엄마다.

하지만 군힐드 씨의 나이는 이제 겨우 23세. 해보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꿈도 많은 나이다. 모델이나 방송 쪽 일을 해보고 싶어 더 능숙한 한국어 구사를 위해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있다. 또, 틈나는 대로 구인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린다. 아직 원하는 직업은 얻지 못했지만, 열심히 경력을 쌓으며 이탈리아 가족과 친구들에게 한국살이 근황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 방송도 시작해, 한국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군힐드 씨. 사랑이에게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좋은 롤모델이 되는 것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