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삶이 이어지다 – 인천광역시 영종도

  • 2025.11.27 16:17
  • 3시간전
  • KBS

뱃길로 육로로 하늘길로도 이어진 명실상부한 국제도시, 영종도. 고립된 섬마을이 지금은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땅이 되었지만, 바닷물이 들고나는 자연의 순리는 여전하다. KBS 347번째 여정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영종도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영종도 서남쪽 ‘마시안마을’. 말 대신 트랙터가 끄는 ‘갯벌마차’에 몸을 실으면 ‘동죽’, ‘백합’, ‘맛조개’ 잡이에 한창인 어민들이 보인다. 동네 지기의 서툰 갈퀴질에도 조개가 딸려 올 정도로 ‘황금어장’인 이곳에서 홀로 자식들을 키워낸 박미근(64) 씨.

도시에서 섬마을로 시집와 배웠다는 향토 음식 ‘디호이’와 ‘백합탕’, ‘맛조개 숙회’까지. 조개 음식을 차려내는 손길에는 미근 씨의 인생이 담겨있다. 40년 전 결혼하면서 1년만 살고 도시로 나가겠다 약속했던 남편은 마시안마을의 정만 채워주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 남편의 추억이 곳곳에 남은 갯벌과 마을을 지키는 그녀의 삶과 만난다.

일출 명소로 유명한 거잠포에서 새 둥지처럼 생긴 독특한 전망대가 동네 지기의 발길을 붙잡는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오르면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한눈에 펼쳐진다. 전 세계에서 날아와 이륙하는 비행기의 광경에 넋을 잃고 보게 된다. 하늘길에서는 왠지 모를 아련함이, 그 아래 어선들이 분주히 작업하는 바닷길에서는 삶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백운산 아래 전원주택들이 즐비한 마을에 독특한 솟대가 걸린 집이 있다. 생명을 다한 나무의 줄기와 뿌리를 이용해 솟대를 만드는 김종국(52) 씨. 인천공항에서 20년간 일하다가 목공예를 업으로 삼고 싶어 남들보다 일찍 퇴직했다. 남들 눈엔 그저 땔감처럼 보이는 나무가 자신의 손을 거쳐 새가 되고 작품이 되는 모습에서 스스로 위로받는다는 종국 씨. 그와 솟대에 담긴 특별한 사연을 들어본다.

거잠포 선착장에서 만난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젊은 어부. 배를 사고 주꾸미를 잡으러 다닌 지 이제 5개월 됐다는 초보 선장 김지형(44) 씨다. 유명 독일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던 그는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껴 아무 연고도 없는 영종도로 귀어했다. 바다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 6개월간 원양어선을 탄 게 경험의 전부. 주꾸미잡이는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다. 소라껍데기를 매단 어구는 엉키거나 잃어버리기 일쑤고, 그물을 당기는 손은 상처투성이. 5개월 차 초보 선장의 인생 2막이 영종도에서 펼쳐진다.

인천공항 건설로 폐쇄된 금홍염전의 일부를 복원해 만든 염전테마공원에 갈대와 억새가 모두 만발했다. 닮은 듯 다른 갈대와 억새의 모습도 비교해 보고 금빛으로, 은빛으로 반짝이는 너른 쉼터에서 늦가을의 정취에 빠져본다.

영종도 신도시에는 이국적인 음식 냄새와 포르투갈어가 새어 나오는 식당이 있다. 30년 넘게 브라질에서 지낸 이현욱(60), 이주은(55) 씨 부부가 운영하는 우리나라에선 유일하다는 브라질 가정식 요릿집이다. 본인들이 브라질에서 김치찌개가 그리웠듯 한국에서 브라질 음식이 그리운 분들을 위해 식당을 차렸단다. 브라질 길거리 간식 ‘빠스텔’과 닭고기 머스타드 크림 덮밥 ‘스트로가노프’, 브라질 서민 보양식 ‘페이조아다’까지 정통 브라질 가정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부부. 오랜 이민 생활의 역경 때문이었을까. 아내 주은 씨는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다. 그런 아내에게 언제나 힘을 실어주는 사랑꾼 현욱 씨. 부부의 브라질 가정식을 맛보며 오랜 이민자의 삶과 만난다.

섬과 육지가 이어지는 길목을 따라 사람들의 하루가 잔잔히 흐른다. 바람과 파도 속에서도 묵묵히 삶을 이어가는 영종도의 이야기가 11월 29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편에서 공개된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