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0대 조현병 진단 후, 홀로 어린 두 아들을 키우는 아빠...세 식구의 작은 소망은 “다시, 네 가족”
- 2026.07.24 08:13
- 59분전
- KBS
아빠 용주 씨는 어느 날 밤, 집 밖에서 들려온 알 수 없는 소리에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별다른 이상이 없다며 안정을 취하고 병원에 가보라고 권했고, 아빠는 그 길로 병원을 찾았다가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30대 초반,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순간이었다. 한때 공무원 생활을 할 정도로 성실하게 살았던 아빠는 진단 이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며 사회생활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약물로 인한 수면장애와 불안, 우울 증상이 겹치면서 고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그 이후부터 마을에 농사 일손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들리면 한걸음에 달려가고, 길가에 버려진 전선을 손질해 고물상에 내다 팔며 간신히 생활을 이어온 아빠. 변변치 않은 형편에 빚까지 생기자 아내와의 다툼이 잦아졌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말았다.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한창 필요한 아이들이지만, 어려운 형편에 22살 어린 아내를 붙잡아두는 게 죄스러웠다는 아빠. 어린 두 아들뿐 아니라 바로 윗집에 사는 연로한 부모님까지 보살펴야 하는 처지지만, 아빠는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울리는 알람 소리에 맞춰 약을 챙겨 먹는다.
첫째 범진이와 둘째 호진이는 매일 아침 학교 가기 전 할머니 댁에 들러 인사를 건넨다. 네 살 터울이지만 범진이는 동생 앞에서 언제나 씩씩하게 형 노릇을 하려고 애쓴다. 연로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위해 다슬기를 잡으러 간 형제. 첫째 범진이는 동생 호진이에게 “위험하니 앉아 있으라”며 “형이 대신 잡아주겠다”고 말한다.
이렇게 의젓한 범진이와 달리 아직 둘째 호진이는 밤마다 기저귀를 차야 한다. 거기다 또래보다 말이 조금 늦어 아빠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 아빠가 일을 나가 집을 비울 때면, 아빠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는 첫째 범진이는 아빠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노력한다. 고생하는 아빠를 위해 하루에 한 가지씩이라도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지 생각한다는 속 깊은 어린이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병원에 함께 가는 것도 범진이의 몫이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형의 역할도, 아빠의 역할도, 보호자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범진이의 하루는 남들보다 길다.
세 식구가 함께 지내는 집은 거실 겸 방 하나인 원룸 구조다. 등기조차 없는 이 집은 화장실엔 세면대도 없고 바닥도 타일이 아닌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다. 게다가 아무리 덫을 놓고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바퀴벌레가 쉴 새 없이 나온다. 아빠는 범진이와 호진이가 앞으로도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마음 같아선 아이들을 위해 당장이라도 이사하고 싶지만, 부족한 생활비를 카드로 돌려막고 막내 여동생의 전세자금까지 대출해 준 탓에 빚이 늘어 마음처럼 쉽지 않다. 언젠가 빚을 모두 갚고 형편이 나아지면 헤어진 아내와 다시 잘 지내보고 싶다고 조심스레 입을 여는 아빠. 넉넉지 않은 형편에 하루하루가 버겁지만, 언젠가 이 작은 소망을 이룰 수 있길 바라며 두 아들의 손을 꼭 붙잡고 하루를 버텨본다.
*이후 556회 ‘가정의 달 기획-현성이의 믹스커피’ (2026년 5월 2일 방송) 후기가 방송된다.
-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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