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런앤뮤직페스티벌 in 안동] 안동찜닭 100그릇, 간고등어 500마리… 러너들을 기다리는 신기한 마라톤축제

  • 2026.08.26 17:35
  • 54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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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런 홍보 이미지

아직 대회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북 안동에서는 벌써부터 전국에서 찾아올 러너들을 위한 선물이 하나둘 쌓이고 있다. 도대체 이 마라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야기는 달리기라고는 평생 제대로 해본 적 없던 한 방송 PD로부터 시작됐다.

▲“마라톤은 잘 모르는데요. 진짜 좋은 대회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러닝 전성시대다.

러닝크루가 생기고, 주말이면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과 러닝 이벤트가 열린다.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비슷한 대회가 반복되고, 높은 참가비와 상업성에 대한 러너들의 아쉬움도 나온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SBS 런앤뮤직페스티벌 담당 PD에게 엉뚱한 생각이 하나 생겼다. “러너가 정말 좋아하는 대회를 만들면서, 그 사람들이 달리는 것만으로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축제를 만들 수 없을까?”

문제는 정작 본인이 러닝을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간 곳이 러닝 전문 크리에이터 <마라닉TV>였다. 그리고 부탁했다.

“제가 러닝은 진짜 초보입니다. 대신 제대로 된 러닝축제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마라닉TV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러닝 붐을 타고 우후죽순 생겨나는 대회 속에서 정작 러너가 주인공인 축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렇게 러닝 초보 PD와 러닝 크리에이터의 조금 이상한 동업이 시작됐다.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만들어진 마라톤 코스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었다. 지도 위에서 코스를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직접 뛰고, 걷고, 차로 이동하며 러너의 시선에서 코스 곳곳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도로 폭과 경사, 풍경은 물론 달리는 동안 지루하지는 않을지, 안동만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지 하나씩 살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코스 주변의 새로운 길과 풍경도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동댐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수변길과 임청각, 법흥사지 칠층전탑, 월영교 등.평소에는 스쳐 지나가기 쉬웠던 안동의 역사와 자연이 러닝 코스 위에서 새롭게 연결됐다. 러닝대회가 열리는 10월 24일은 완연한 가을이다. 안동댐을 중심으로 수변길을 따라 달리며 임청각, 법흥사지 칠층전탑, 월영교 등 안동의 역사와 자연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길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제작진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이 정도면 단군 이래 처음 달리는 코스 아니야?” 물론 ‘최초’라는 표현은 최종 코스와 공식 확인을 거쳐야 하지만, 그만큼 기존 대회와 다른 길을 찾아 헤맸다는 의미였다.

처음에는 제작진 몇 사람이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둘 끼어들기 시작했다. 안동의 중심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던 지역의 주민들이 러너들을 직접 맞이하고 싶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안동시와 관계기관, 경찰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한 논의에 함께했다. 코스를 짤 때도 한 가지를 더 고민했다.

“1만 명의 러너가 안동까지 오는데, 그냥 달리고 집으로 돌아가게 하면 너무 섭섭하지 않을까?” 그래서 가능하면 러너들의 움직임이 지역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동선을 고민했다. 달린 뒤에는 안동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 들르고, 지역을 구경하고, 가능하면 하루 더 머물게 하고 싶었다. 마라톤 참가자가 아니라 ‘하루 동안 안동을 경험하는 사람’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보통 러닝대회는 아침에 시작해 오전이면 끝난다. 런앤뮤직은 반대로 생각했다.

“러닝이 끝난 뒤부터 또 다른 축제를 시작하면 어떨까?”그래서 저녁 콘서트를 붙였다.

러너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씻고, 먹고, 쉬고, 안동을 돌아본 다음 다시 시민운동장으로 모인다. 그곳에서는 음악이 기다린다.

정상급 아티스트와 무대·음향·조명을 갖춘 공연을 통해 오전의 러닝을 저녁의 음악축제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RUN에서 시작해 MUSIC으로 끝나는 하루. 마라톤을 위해 안동에 왔다가 안동에서 하루를 보내게 만드는 것이 이 행사가 생각하는 지역상생의 방식이다.

조금씩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겼다. 지역 사람들이 먼저 연락을 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 안동찜닭 식당에서는 말했다. “멀리서 안동까지 뛰러 오는 분들에게 한 끼라도 대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식사권 100매가 생겼다.

또 다른 곳에서는 안동소주 100병을 내놓았다. 안동의 대표 먹거리인 순살 간고등어 500개를 러너들에게 전달하겠다는 후원도 들어왔다. 조금 더 특별한 연락도 있었다.

한 기업은 전국의 초보 러너들을 위해 참가권 50장을 먼저 구매해 선물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누가 시킨 일이 아니었다. 큰 스폰서십 계약에서 시작된 일도 아니었다.

“안동까지 오는 러너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다.” 그 마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마라닉TV>와 함께 지역의 육상 유망주들을 위한 기부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오늘 안동을 달리는 수많은 러너의 발걸음이 내일 트랙을 달릴 어린 선수들의 꿈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취지다. 프로 러너도 아니고, 기록이 빠르지 않아도 된다.

처음 5km에 도전하는 사람도, 첫 10km를 뛰는 ‘런린이’도 자신의 달리기로 누군가의 다음 출발을 응원할 수 있다. 러너는 지역을 달리고, 지역은 러너를 응원하고, 그 응원은 다시 어린 러너에게 돌아간다. 이것이 이번 축제가 그리고 있는 작은 순환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코스를 다시 확인해야 하고, 안전을 점검해야 하고, 공연을 준비해야 하고, 전국에서 오는 러너들이 어디서 먹고 어떻게 이동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몇 사람뿐이던 준비팀 곁에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누군가는 러너들이 안전하게 달릴 길을 만들고,누군가는 따뜻한 한 끼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간고등어를 보내고,누군가는 처음 달리는 사람에게 참가권을 선물하고, 누군가는 길가에 서서 처음 보는 러너에게 박수를 칠 준비를 한다. 그래서 이 행사는 조금 이상하다. 마라톤인데 마라톤만 하지 않는다. 기록을 겨루는 대회인데 기록만 남기려 하지 않는다. 러너를 불러 모으지만, 그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어디에서 밥을 먹고 무엇을 보고 어떤 기억을 가지고 돌아갈지까지 고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최자가 축제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러너와 지역 사람들이 함께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울 것이다. 누군가는 생애 처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것이다. 누군가는 친구와 손을 잡고 들어올 것이고, 누군가는 기록보다 안동의 풍경을 더 오래 기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가장 남기고 싶은 기록은 따로 있다. 몇 분 몇 초의 숫자가 아니다.

달리기조차 제대로 해본 적 없던 한 명의 ‘런린이’가 던진 작은 질문에서 시작해, 러닝 크리에이터가 합류하고, 지역 주민이 길을 내어주고, 식당 주인이 밥을 내놓고, 기업이 이름 모를 초보 러너의 참가권을 대신 사주고, 한 도시가 전국에서 찾아올 러너들을 기다리게 된 이야기가 어쩌면 이번 대회의 가장 특별한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안동찜닭 100그릇, 안동소주 100병, 간고등어 500마리. 처음에는 조금 이상해 보였던 숫자들이다. 하지만 모두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10월 24일, 안동을 달릴 러너들이다.

▲ 2026 SBS RUN & MUSIC FESTIVAL in 안동 2026년 10월 24일의 모든 기록들과 함께한 사람들의 축제이야기는, 오는 11월 SBS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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