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토리] 전세사기의 ‘족쇄’ 신종사기에 경매꾼까지

  • 2024.10.18 09:14
  • 4시간전
  • SBS
경매법정 이미

대구에 사는 전세사기 피해자 박 모 씨는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자, 전세금 1억 3천만 원을 찾기 위해 살던 아파트를 강제경매에 넘겼다. 감정가 1억 6천만 원으로 시작한 경매는 유찰을 거듭하며 가격이 뚝뚝 떨어졌고, 결국 316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자 명의는 법인이었다. 박 씨는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집주인인 낙찰자에게 당연히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었다. 낙찰자는 보증금 1억 3천만 원 중 박 씨가 받은 배당금 190만 원을 제외한 1억 2천810만 원을 박 씨에게 줘야 한다. 그러나 낙찰자는 ‘316만 원만 내면 집주인이 되는 줄 알았다’며 경매 초보인 척했다. 절박해진 박 씨가 계속해서 연락하자, 돌변한 낙찰자는 법이 잘못된 거지 자기가 잘못하는 건 없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본심을 드러냈다. 게다가 법인 세금이 10억 원 넘게 밀려있으니 아파트가 다시 경매에 넘어가면 박 씨는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날 수 있다고 협박까지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꾼이 쳐 놓은 날카로운 족쇄에 걸려들고 만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경매꾼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는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남 사천의 30대 이 모 씨는 보증금 1억 원을 되찾으려 아파트를 경매에 넘겼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160만 원에 집을 낙찰 받은 경매꾼이 보증금은커녕 몰래 다른 월세 세입자를 들여놓은 것이다. 이 씨가 전세권 등기를 한 뒤 이사를 나가 집이 비어 있다는 점을 이용해 벌인 행각이었다. 경매꾼은 애초에 보증금을 줄 생각조차 없었고 월세를 받아 돈벌이를 하려는 꿍꿍이였다. 결국 이 씨는 다시 6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집을 재경매에 부쳐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에 경매 지식을 결합한 일종의 신종사기로 진단했다. 하이에나 같은 경매꾼들이 낙찰 대금만 내면 소유권이 인정되는 부동산 경매의 특성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뉴스토리>에서 보도한 신종 전세사기 사건의 범인이 검거됐다는 소식을 듣고 담당 수사관을 만났다. 신규 세입자의 전세금을 가로채고 이삿날 잠적해 버린 집주인은 이미 도박으로 모든 돈을 탕진해 버려 피해자가 전세금을 되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당시 어린 딸을 데리고 오갈 데 없던 피해자는 임시 거처 주거비에 전세 대출이자까지 다달이 내고 있지만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었고, 결국 개인파산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의 늪에서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과 제도적 장치는 아직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번 주 <뉴스토리>는 전세사기 피해 이후 2차 피해를 당한 사례를 집중취재하고 그 대책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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