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2025 희망을 품은 일출, 새벽을 여는 사람을 찾아서! ‘올해도 잘 부탁해’

  • 2025.01.02 16:20
  • 3일전
  • KBS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신년. 오늘 또다시 떠오르는 뜨거운 해는 희망과 성장, 감동과 행복이길 바라는 게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여기, 어둠을 뚫고 나아가 누구보다 먼저 빛나는 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새벽부터 일하는 사람들. 그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희망차게 맞이하는 새해와 신년의 뜨거운 소망을 담는다.

자정에 가까운 시각. 많은 사람이 잠들어있을 시간이지만 이들에겐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새벽 1시 30분, 영흥도 진두항에는 새벽부터 하루를 여는 청년 어부 형제가 있다. 박상원, 박효원 형제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하고 꽃게잡이의 길로 뛰어들었다. 꽃게를 많이 잡지 못한 날에는 어깨가 무거워 밥도 제대로 못 먹지만 내일은 또 다를 것이라는 희망으로 매일 바다에 나선다. 매일 그들의 출근 바다를 품어주는 '해' 아래에서 희망찬 하루를 기대하는 삼부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캄캄한 새벽부터 도로 위를 달리는 사람이 있다. UDT/SEAL(해군 특수전전단)과 SSU(해난구조전대) 입대를 준비하는 청년들이다. 시험 합격에 필요한 기본 체력을 다지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달리기를 준비한다. 강인한 정신에서 강인한 신체가 나온다며 추운 겨울에도 거침없이 앞을 달려나간다. '해'보다 뜨겁게 달리는 청년들이다.

도로 위 다른 한편엔 택배를 위해 새벽부터 좁은 골목길과 계단을 뛰어다니는 윤형준 씨가 있다. 현대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바로 '택배'. 윤형준 씨는 아들에게 '아빠는 산타클로스'라고 말한다. 산타클로스가 머리맡에 선물을 두고 가는 것처럼, 매일 문 앞에 사람들에게 선물을 배송한다는 윤형준 씨. 오늘도 그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배달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간다.

29년 전, 사고로 한날한시에 딸과 어머니를 모두 잃은 류재호 씨는 사고 이후로 절망 속에 빠져 살았다. 더이상 그의 인생에 해 뜰 날은 없다고 생각했다. 캄캄해 앞이 보이지 않던 그는 어느 날 딸과 한 약속이 떠오른다. "아빠 ‘1000산’ 한번 해볼래? 아빠의 천 번째 산행 때 나도 꼭 같이 갈게“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00산’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꾸준히 산에 올라 딸과의 약속을 지킨 지금, 류재호 씨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2000산’을 향해 산을 오른다. 산 덕분에 인생에 해 뜰 날을 다시 맞이했다는 류재호 씨. 이번에는 소백산의 해를 보기 위해 1,322번째 산행을 나선다. 그는 소백산에서 쨍한 해를 맞이할 수 있을까?

영천공설시장 골목을 수십 년째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배기창 씨는 20년 동안 매일 새벽 2시에 떡집으로 출근한다. 시장에서 일찍 나오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데. 그는 자식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돈을 줄 수 있는 풍족한 호주머니를 위해 떡집을 시작했다. 자식을 위해 아내와 같이 시작했지만, 아내가 떠난 지금 배기창 씨는 홀로 떡집을 지킨다. 아내의 빈자리는 우주만큼 컸지만 자신을 바라보며 사는 자식들과 떡을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매일 떡을 만든다.

47년째 한자리에서 매일 4시 45분에 가게 문을 여는 김순자 씨는 국밥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시집살이로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덧 국밥은 자신과 자식들을 먹여 살린 '전부'가 됐다.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시장 안에서 일을 하니 김순자 씨는 하루 종일 해를 볼 턱이 없다. 딸 신혜숙 씨는 그런 엄마를 이끌고 시장 밖으로 나가본다. 수십 년 만에 제대로 마주하는 '해'는 김순자 씨에게 어떤 의미일까?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이 선포된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오기 시작한다. 기성세대와 2030세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케이팝 노래에 맞춰 응원봉과 촛불을 흔든다. 이 많은 국민이 밤을 잊은 채 추운 거리로 나서는 이유는 하나이다. 이 어둠이 걷히고 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저 ‘쨍하고 해 뜰 날’이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