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인류의 마지막 수렵 부족, 하드자와 함께한 3일

  • 2025.02.21 13:21
  • 1일전
  • KBS

대자연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땅, 탄자니아. 이곳에 수만 년 전부터 수렵 채집 생활을 이어온 하드자 부족이 있다. 농사를 짓지도 않고, 가축을 키우지도 않는다. 오로지 사냥과 채집만으로 살아가는 하드자 부족은 에야시 호수 부근의 평야 일대에서 계절에 따라 사냥터를 이동하며 살아간다.

정착 생활을 하지 않아 집도 없고, 화폐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동물을 사냥해 가죽을 얻고 고기를 식량으로 삼는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활쏘기를 배운다. 우리는 그들의 전통 생활방식을 그대로 기록하려고 한다. 하드자 부족과 먹고, 자고, 같이 사냥하며 보낸 3일간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아프리카의 다양한 부족들은 문명의 침투와 현대화로 전통성을 잃어가고 있다. 문명을 받아들여 다른 생활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대 인류의 수렵 채집 생활을 하드자 부족은 그들의 전통적 생활방식을 지키고 살아간다. 일부는 문명화로 도시로 가 다른 삶을 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의 일부는 수렵 채집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탄자니아에서 만난 하드자 부족은 사냥과 채집 활동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가축을 키우지도 않고 농사를 짓지도 않는다. 무언가를 키우거나 재배, 생산하지 않으며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냥을 한다. 그들은 야생의 냉혹함에 맞서고 자연의 순리에 따른다. 밤이 되면 장작불을 피우고 부족민들이 가까이 모여서 잔다. 야생동물로부터 공격을 막기 위해서다. 잠도 흙바닥에서 잔다. 여자와 아이, 노인들을 위한 방가라는 공간을 잠시 마련할 뿐이다. 현재까지 여전히 화폐도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인근 다른 부족과 물물교환을 한다. 고기나 가죽을 주고 술을 받거나 하는 식이다. 탄자니아에 사냥 부족은 여럿 있다. 하지만 대부분 목축과 농업을 병행한다. 하드자 부족처럼 사냥과 채집 외에 어느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부족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인류 마지막 수렵 부족이라 부른다.

하드자 부족은 날렵한 사냥꾼이다. 바위너구리처럼 작은 동물부터 사자, 표범, 원숭이도 사냥한다. 가능한 이유는 그들이 사용하는 독화살 신경독 물질을 가진 나무에서 추출한 즙을 졸여 잿가루를 묻혀 화살촉에 묻히면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강력한 사냥도구가 된다. 우리가 만났을 때 그들의 사냥 목표는 개코원숭이였다. 개코원숭이는 성질이 포악하고 동족인 원숭이도 잡아먹는 위험한 포식자다. 우리는 그들이 원숭이 사냥을 어떻게 하는지 따라갔다. 바위산과 가시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개코원숭이를 추격한 하드자 부족. 드디어 사냥에 성공한다.

가죽을 벗겨 말려 옷을 해 입고, 고기는 부족들과 나눠 먹는다. 하드자 부족들과 늘 사냥을 함께 하는 개들은 사냥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족이다. 원숭이 사냥에서 큰 상처를 입은 개들에게 우리는 약을 건네주었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냥은 그들이 하루하루 살아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물었을 때, 그들의 이름은 독특한 소리와 함께 복잡하고 길었다. 이름이 복잡하고 긴 이유는 그들이 이름을 짓는 방식 때문이다. 마치 ‘주먹 쥐고 일어서’라고 하는 인디언의 이름처럼 그들의 이름에는 스토리와 자연이 담겨 있다. 태어날 때 열린 열매가 있으면 열매를 이름으로 하고, 비가 내리던 날씨였다면 날씨가 이름이 된다. 하지만 생일은 모른다. 시계도 달력도 없다.

하드자 부족의 현재 남은 부족민은 약 2~3천 명 정도로 추정된다. 그중에서 약 2~3백 명만이 전통적 수렵, 채집 생활을 유지한 다.

20세기 후반 탄자니아 정부의 토지정책과 농경지 확대로 그들의 사냥터는 현저히 줄었다. 본래 활동하는 영토의 90%를 빼앗기고 남은 땅에서 살아간다. 정부는 자연보호구역을 설정하며 하드자 부족에서 이주를 권유했고 정착촌에 와 살도록 했지만, 정착촌으로 갔던 부족 중 일부가 다시 사냥 부족의 삶을 택했다. 이제 정부는 그들의 수렵 생활을 관광 상품화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하드자 부족에게 돌아가는 건 약간의 생필품 정도다. 수렵 부족의 삶을 택한 이들이 어쩌면 마지막 수렵 부족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3일간 함께 하면서 하드자 부족이 부르는 호칭 중에 자주 들리는 소리에 관심을 가졌다. 부족민 간에 대화할 때 꽤 많이 들리는 호칭은 코코. 친구라는 뜻이다. 그들은 호칭이 다양하지 않다. 그들이 정립한 호칭은 딱 두 가지. 아빠와 아들은 그대로 호칭을 부르지만, 그 외의 관계는 호칭이 없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코코. 아버지와 아들 외의 관계는 대부분 코코라고 부른다. 그래서 부족민들 사이에서 자주 들렸던 말이 ‘코코’였다. 우리는 전기가 없는 그곳에서의 촬영 중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도심의 숙소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다시 찾아갔을 때 하드자 부족은 마치 오래전 친구다 놀러 온 것처럼 반갑게 인사해줬다. 우리는 같이 자고, 먹고, 같이 사냥한 하드자 친구 ‘코코’가 그들이 원하는 삶과 전통을 지키며 오래도록 탄자니아 고원을 누비기를 바란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