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PICK 쌤과 함께> 시대의 화두, 왜 지금 양심을 말하는가
- 2025.03.14 14:55
- 7시간전
- KBS

통념적으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있다. 정의가 살아 숨 쉬고 공정한 세상. 서로 도우며 공생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상이 ‘양심’이란 단어를 빼놓고 실현될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양심적으로 사는 건 손해’라는 인식이 사회 깊숙이 스며들었고, 지금은 ‘양심’을 이야기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로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왜 우리는 양심과 멀어지게 된 걸까? 3월 16일 방송되는 에서는 동물행동학자·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함께 우리 시대의 양심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양심의 필요성에 대해 짚어본다.
‘양심이 밥 먹여줘?’, ‘양심 엿 바꿔 먹었냐?’, ‘양심에 털 난 사람’ 등 일상 속에서 관용구로 흔히 사용했던 양심이라는 말을 언젠가부터 듣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과연 이 ‘양심’은 무엇을 일컫는 말일까? 최 교수는 “동서양 간 양심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양에서는 ‘함께’를 뜻하는 con과 지식, ‘과학’을 뜻하는 science가 합쳐져 양심(consience)이 되었는데, 서양의 양심은 한 마디로 규범적인 기준을 의미한다. 준법정신이 곧 양심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동양은 어질 량(良)에 마음 심(心)의 한자를 사용하여 양심(良心)을 정의한다. 그렇기에 동양의 양심은 도덕적으로 고결한 마음을 의미한다.
최 교수는 양심을 ‘나만 아는 내 마음속 불편함’으로 정의했다. 비양심적으로 살더라도 본인이 불편하지 않으면 계속 그렇게 살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양심에 찔릴 경우 속이 불편해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대한민국은 양심을 버리면 오히려 이득을 본다며, 갑질을 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도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점점 무뎌지는 ‘공감력’을 지적하며 최 교수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양심은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양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걸까. 최 교수는 “혹시 초파리, 오징어, 비둘기의 양심을 본 적이 있냐”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실험실의 흰 쥐에게서 양심이 발견되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전했다. 흰 쥐 대여섯 마리를 한 공간에 두고 먹이를 주다가 각각 다른 공간에 두고 한 마리에게만 먹이를 주었을 때, 처음에는 먹이를 잘 먹던 쥐가 친구들이 배고픔을 호소하는 소리를 듣고 식사를 멈추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의 결론으로 ‘포유류라면 선천적으로 공감과 양심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해졌다.
야생에서 수많은 동물을 만나고 연구해 온 최 교수가 직접 목격한 동물의 양심도 존재한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생물학 교수인 제럴드 윌킨슨 교수와 함께 파나마 열대 정글에서 흡혈박쥐를 연구하던 최 교수는 흡혈박쥐가 굶주린 동료에게 피를 게워 먹이를 공유해 주는 모습을 포착했다. 그 후 신세를 진 박쥐는 똑같이 먹이를 나눔으로써 되갚아 주며 인간의 품앗이와 유사한 습성을 보여주었다. “만약 양심이 없었다면 흡혈박쥐는 높은 신진대사율로 인해 며칠만 굶어도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양심이 사라진 현대인들의 모습에 위기감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양심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최 교수는 본인을 ‘태생적으로 비겁한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위험한 일이 닥치면 나서지 않고 숨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그놈의 ‘얼어 죽을 양심’ 때문에 행동했던 몇 가지 사례를 이야기했다. 최 교수는 강원도 영월의 동강댐 건설에 앞장서서 반대했으며, 또한 4대강 개발 사업에도 거세게 반대했 다.
2013년에는 불법 포획된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외 두 마리를 야생으로 방류하는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으나 무엇이 최 교수를 견디게 했을까? 최 교수는 이에 대해 “마음속 불편한 무엇, 양심 때문에”라고 설명했다. 양심이 발동하는 조건 세 단계를 ‘차마, 어차피, 차라리’라고 소개한 최 교수는 “차마 어쩌지 못해서, 어차피 불편할 거면, 차라리 해 버리자”하는 마음으로 양심을 따라 행동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를 바꿀 만한 힘이 양심에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양심의 힘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양심을 공정한 세상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가진 자들은 별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누어주고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양심은 불어도 불어도 꺼지지 않는 ‘내 안의 작은 촛불’이다”라며,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작지만 강한 열기를 내뿜는 양심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대의 화두, 왜 지금 양심을 말하는가’는 3월 16일(일) 저녁 19시 10분 KBS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방송 후에는 KBS홈페이지(www.kbs.co.kr)와 wavve, 유튜브 KBS교양, KBS다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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