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향기 드높다 – 경상북도 경산시
- 2025.03.20 16:02
- 18시간전
- KBS

자연과 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경산시. 넓은 들판과 산자락이 동네를 감싸는 가운데, 현대적인 도시의 활기가 공존하는 곳이다. 따스한 바람이 꽃잎을 흔들며 경산의 도심을 지나고, 싱그러운 봄 향기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이번 312번째 여정은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정겨운 삶의 향기가 가득한 경산으로 떠난다.
용성면 육동마을에선 요즘 한창 미나리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흐르는 이곳은, 높은 언덕 지형인 ‘비오재’ 덕분에 오랜 시간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유지해 왔다. 이 덕분에 육동에서 자란 미나리는 청정 지하수와 자연의 기운을 머금고 더욱 아삭하고 향이 깊다. 마을 인근 행복센터에선 갓 수확한 미나리를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을 수 있어, 봄이면 이 싱그러운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산뜻한 향과 아삭한 식감이 봄의 정취를 한층 더해 준다. 푸릇한 생명력이 가득한 계절, 육동미나리와 함께하는 특별한 봄날의 향기에 빠져본다.
자인면의 오래되고 조용한 골목에서 시아버지의 사진관을 지키는 며느리를 만났다. 1·4후퇴 당시 경산으로 피난을 와 1958년 사진관을 개업하고 오랜 세월 동네 사람들의 추억을 담아온 시아버지. 점점 사진이 사양산업이 되면서 사진관 한켠에 빵집, 탁구장 등을 함께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관을 지켜가자고 고집한 건 다름 아닌 며느리. 돌사진도 없이 자라 사진에 대한 갈망이 컸던 그녀는 사진 기술을 배워 지금은 전시회를 열 정도의 실력자가 되었다. 사진관에 시집와 행복하다는 며느리, 그녀의 오랜 추억의 시간과 만난다.
도시재생사업으로 골목 곳곳이 재단장해 볼거리가 풍부해진 서상길. 동네지기의 눈을 사로잡은 만화 벽화를 따라가다 보니 ‘경산웹툰창작소’와 만난다. 지역의 웹툰 작가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공간이다. 작가들은 최근 경산의 역사와 경산을 지켜온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 시대 어르신들의 삶의 기록은 그걸로 하나의 역사가 된다. 경산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고향을 지켜가는 웹툰 작가들이 있다.
부지런하고 정직한 아버지의 손길로 자란 젖소가 신선한 우유를 공급하면 딸이 운영하는 카페로 공급되어 카페라떼가 되고 우유케이크가 된다. 어릴 적부터 목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딸 승민 씨는 유난히 젖소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소 등에 올라타 놀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로 사료 주고, 젖 짜는 등의 목장 일을 하며 용돈을 벌어 썼다. 그랬던 딸이 목장 근처에 카페를 만들고 직접 우유를 살균해 치즈도 만들고 케이크도 만든다. 필요한 우유는 아버지에게 공급받는데 돈 계산은 철저하다.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친구, 그리고 서로를 챙기는 애틋한 부녀의 남다른 일상을 엿본다.
경산을 가로지르는 남천강은 시민들에게 언제든 열려 있는 자연 속 쉼터다. 맑은 물 아래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강 위로는 백로가 날갯짓을 펼친다. 산책로를 따라 봄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강물처럼 흐르는 도시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
남천강변을 걷다 동네지기의 눈에 들어온 독특한 자전거. 외관은 오토바이인데 페달을 굴리는 자전거라는 사실도 재밌지만, 그 자전거를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10살 때부터 자전거 만드는 게 꿈이었다는 영한 씨는 15년 전인 37살에 잘 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전거 공방을 차렸다. 희소병을 앓는 어린이를 위한 안전 자전거부터 균형 잡기 힘들어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네발자전거까지 그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세상에 하나뿐인 수제 자전거를 만든다. 화려한 외관이나 성능보다 안전한 자전거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그는 오늘도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오래된 고택. 마당 중앙에 우물을 두고 사랑채, 안채, 행랑채, 곳간채로 구성된 'ㅁ' 자형의 근대 가옥은 지은 지 110년이 넘은 종갓집이다. 이 집에서 나고 자란 남매는 도시로 나갔다가 고택을 지키기 위해 26년 전 다시 들어와 식당으로 운영 중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던 칼국수에 직접 개발한 메로찜이 주메뉴. 동네 사람들에게 이 고택에서 먹는 한 끼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 그 자체다. 힘닿는 한 종가 고택을 이어가고 싶다는 남매의 지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계절이 바뀌고 풍경이 달라져도, 그곳에서 이어지는 삶은 변함이 없다. 자연과 어우러져 따뜻한 온기를 품어가는 경산의 매력을 22일(토) 저녁 7시 10분, KBS 1TV 312화 에서 만나본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