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인사이트> 퀀텀: 두 번째 불의 발견, 양자컴퓨터

  • 2025.06.12 08:57
  • 1일전
  • KBS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과 ‘국제 양자 과학 및 기술의 해(IYQ 2025)’를 맞이하여 KBS 다큐 인사이트는 양자 과학 기술의 총아인 ‘양자컴퓨터’의 모든 것을 집중 조명한다. 올봄 열린 세계 최대 AI 콘퍼런스인 GTC에서는 양자 기술만을 다루는 ‘양자의 날’이 열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빅테크들은 저마다 양자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로 10의 25제곱 년 걸릴 연산을 5분 만에 끝낸 양자컴퓨터의 원리는 과연 무엇일까?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알랭 아스페 교수를 만나 양자역학의 흥미로운 역사를 탐구하고 IBM, 구글과 스타트업 SEEQC, 큐에라를 찾아가 양자 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한다. 또한 양자컴퓨터가 AI, 로봇 기술과 결합해 펼쳐질 미래를 생생한 AI 영상으로 구현,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세계를 살펴본다.

지난 4월, 전 세계 AI 업계가 주목하는 행사인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자 회의, GTC(GPU 기술 콘퍼런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렸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이번 행사에서 최초로 ‘양자의 날(Quantum Day)’을 신설하고, AI를 이끌 차세대 기술로 양자컴퓨터를 지목했다. 양자컴퓨터 선도기업들의 경영진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양자 컴퓨터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한 자리, 이 두 가지 질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과연 양자컴퓨터는 언제 상용화될 것인가, 그리고 그 파급력은 어느 정도일 것인가?’

양자컴퓨터는 기존 비트 기반 컴퓨터와는 완전히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양자의 ‘중첩’ 현상을 활용해 수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이 가능한데, 기존 컴퓨터와는 연산 속도의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덕분에 양자컴퓨터는 기후 위기 대응, 신소재와 신약 개발, 난치병 치료 등 인간이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을 푸는 혁신적인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구글이 선보인 ‘윌로우’ 양자 컴퓨터 칩은 기존 슈퍼컴퓨터가 풀려면 10의 25제곱 년이 걸릴 문제를 단 5분 만에 해결하며 양자컴퓨터의 압도적 연산 능력을 입증했다. 무어의 법칙이 한계를 맞은 현시점에서, 양자 컴퓨터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꿈의 도구가 되어줄지 그 가능성을 분석한다.

양자컴퓨터의 막대한 잠재력만큼이나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이 함께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그 결실을 하나, 둘 내놓는 중이다. 특히 IBM, 구글 등 양자컴퓨터 선도기업들은 기술적 난관을 하나씩 극복하며 실용화 가능성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KBS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은 IBM, 구글, 큐에라 등 주요 양자컴퓨팅 기업들을 직접 방문해 최첨단 기술의 현재를 생생하게 확인했다.

정부 차원의 투자도 막대하다. 미국은 2018년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법(NQI)’을 통해 양자 기술 산업의 본격적인 육성에 나섰다. 특히 콜로라도주에서는 산·학·연 협의체인 ‘엘리베이트 퀀텀’을 중심으로 양자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콜로라도 마인대학을 비롯해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미 공군사관학교, 콜로라도 경제개발·국제무역국 등 70개 이상의 기업과 기관이 협력에 참여 중이다. 제작진은 과거 광산업 중심지였던 콜로라도가 첨단 기술의 중심지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취재했다.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정부 주도의 양자 기술 투자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양자 기술 특허 출원 건수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안후이성 허페이시에는 약 13조 원이 투입된 세계 최대 규모의 ‘국립 양자정보과학연구소’가 들어섰고, 인근의 ‘양자 거리’에는 수십 개의 관련 기업들이 밀집해 하나의 거대한 산업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이런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중국은 지난 3월,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 배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양자 컴퓨터 시제품 ‘쭈충즈 3호’를 공개했다. 중국 관계자는 이 성능이 구글의 양자 칩 ‘윌로우’에 견줄 만하다고 주장한다. 미래 기술 패권을 좌우할 양자컴퓨터, 그 경쟁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오늘날 양자컴퓨팅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 계기는 바로 ‘양자 얽힘 현상’의 실험적 증명이었다. 알랭 아스페 교수는 7년에 걸친 실험 끝에, 한 번 상호작용한 입자들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자 얽힘’ 현상을 증명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은 작용(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며 끝까지 거부했던 이 현상을 입증한 공로로, 두 명의 과학자와 함께 202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제작진은 알랭 아스페 교수를 직접 만나, 20세기 물리학 최대의 논쟁이 어떻게 끝을 맺었는지를 알아본다. 또한 아인슈타인, 보어, 하이젠베르크 등 세기의 천재들이 벌였던 격렬한 논쟁의 현장, 제5차 솔베이 회의를 AI 영상으로 생생히 재현하며 양자역학 탄생의 역사적 순간을 되짚는다.

양자컴퓨터는 국가 전략 기술로서 국내에서도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한국표준과학연구소는 초전도 방식 양자컴퓨터에서 20큐비트의 벽을 돌파했고, ‘중성원자’ 방식의 양자컴퓨터 원천기술 확보에도 성공했다.

또한, 국내의 한 장비 제조 기업은 한국이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양자 하드웨어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또 다른 벤처기업은 화학, 제약, 산업공학 분야에 특화된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해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실제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프리젠터로 나선 배우 김남희와 함께 세계 양자 기술의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탐구한 KBS 다큐 인사이트 는 2025년 6월 12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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