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덕유산국립공원 종주 - 푸른 여름을 걷다 2부

  • 2025.06.27 15:26
  • 4시간전
  • KBS

웅장한 산세와 깊은 계곡 그리고 울창한 식생이 어우러진 덕유산국립공원. 그 푸른 능선을 따라가는 종주 길의 중반, 안개가 무겁게 깔린 무룡산 데크 계단을 올라 삿갓재 대피소를 향한다. 시야는 흐리지만, 마음속 눈으로 길 양옆으로 펼쳐질 절경을 그려본다. 길가 곳곳에 철쭉이 피어있고 걸음마다 지저귀는 새소리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점점 궂어지는 날씨에 입은 점점 더 마르고 길은 끝없이 이어져 있다. 먹빛으로 물든 덕유산의 풍경 속으로 배우 이수련, 한국화가 박석신 씨가 묵묵히 여정을 이어간다.

삿갓재 대피소에 도착한 일행. 덕유산 종주 코스에는 향적봉 대피소와 삿갓재 대피소 이렇게 두 곳의 쉼터가 있다. 하지만 삿갓재 대피소는 2025년 7월 31일까지 예정된 내부 수리로 잠시 문을 닫은 상태. 일행은 황점으로 하산해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 다시 산길에 오른다. 길마다 각자의 색을 뽐내는 꽃들로 가득한 풍경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어제의 비를 맞은 나비는 나뭇잎 위에서 조용히 날개를 말리고 있다. 덕유산은 자연에도, 사람에게도 쉼을 건넨다.

남덕유산과 서봉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날카로운 산세가 삿갓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은 삿갓봉으로 향한다. 좁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숨이 차오르지만, 어제와 달리 맑게 열린 하늘 덕분에 마음만은 상쾌하다. 저 멀리 어제 빗속을 뚫고 넘어온 무룡산이 보인다. 2개 도, 4개 군에 걸쳐 장대한 면적을 펼쳐놓은 덕유산국립공원. 이제 전체 종주 길의 3분의 2지점을 넘어서고 있다. 그 길을 돌아보니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덕이 많은 ‘어머니의 산’이라 불리는 덕유산. 그 이름처럼 향적봉부터 이어진 북덕유 능선은 완만하고 부드러운 편이지만 오늘 넘어서야 할 남덕유 능선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경사도 훨씬 가파르다. 이 구간은 체력 소모가 큰 만큼 속도를 조절하며 걷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이면 새하얀 설경이 펼쳐지는 이 길 위엔 지금 생명력 가득한 초록의 기운이 짙게 내려앉아 있다. 똑같은 길이지만 계절이 바뀌면 전혀 다른 풍경이 되어 새롭게 다가온다. ‘가장 아름다운 경치는 가장 힘든 등반 끝에 온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길을 잇는다.

종주 길의 마지막 봉우리인 서봉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다리는 천근만근 무겁지만 마주할 풍광을 떠올리며 한 걸음씩 힘을 낸다. 마침내 서봉 정상에 서자 남덕유산에서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덕유산의 주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쁜 숨과 지친 몸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오르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경치라는 생각이 든다. 덕유산을 따라 걸으며 그 이름처럼 마음도 한층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여름의 문턱에서 푸른 계절을 함께 맞이한 덕유산 종주 산행을 과 떠나본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