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둘도 없는 단짝, 예린이와 할아버지

  • 2025.09.18 16:38
  • 4시간전
  • KBS

증평 어느 시골 마을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는 매일 누군가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효일(81) 씨가 있다. 할아버지가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사람은 외손녀 예린이(14). 예린이를 보자마자 가방부터 들어주겠다는 할아버지와 말려봤지만, 늘 소용이 없어 이젠 포기해 버린 예린이는 서로 얼굴을 보자마자 투닥거리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 친구다.

같이 장을 보러 갈 때도 손을 꼭 잡고 다니다 보니 주변 사람들한테 보기 좋다는 말도 많이 듣는 두 사람. 열네 살 예린이는 알뜰살뜰 시장에서 사 온 재료들과 텃밭에서 뜯어온 채소로 요즘엔 직접 요리까지 하기도 하는데. 솜씨가 뛰어난 건 아니지만, 할아버지 한정으로 제일 자신 있다는 순두부찌개는 외할아버지를 향한 예린이의 작은 마음이다. 늘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외할아버지께 고마운 마음이 크다는 예린이와 그런 예린이를 위해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은 할아버지. 오늘도 예린이와 할아버지의 하루는 서로에 대한 마음으로 가득하다.

예린이에게는 식사 전후로 꼭 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 처음에는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 게 무서웠지만, 지금은 익숙하다는 예린이는 요즘 살아가는 것에 고민이 많아졌다.

엄마와 일찍 이혼한 아빠의 얼굴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예린이. 멜라스 증후군이란 모계 유전병으로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엄마마저 같은 병으로 예린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갑자기 세상을 떠나며 예린인 6년 동안 외삼촌 집에 맡겨졌다. 이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외할아버지의 집에 내려와 함께 살고 있지만, 엄마가 눈앞에서 돌아가시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게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자신도 엄마와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날 이후, 예린이는 언젠가 엄마처럼 일찍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는데. 하지만 늘 자신을 걱정해 주는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언제나 예린이가 1순위인 할아버지를 생각해 오늘도 씩씩하게 힘을 내보는 예린이다.

예린이와 할아버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살아가는 것. 연세가 많으시고 무릎도 좋지 않으신 할아버지는 일자리를 가질 수는 없다 보니 시간이 날 때마다 마을 사람들의 밭일을 도와주고 계신다.

나라의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입이 부족해 먹고 사는 게 걱정이라는 예린이. 할아버지는 큰 의미 없이 했던 푸념으로 어린 손녀에게 괜한 걱정을 안겨준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게다가 요즘 들어 부쩍 깜빡하는 일도 많아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 할아버지는 결국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게 되었는데. 예린이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 뒷바라지를 해줘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걱정이라는 할아버지. 예린이는 최근 들어 할아버지의 기억력이 오락가락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눈앞에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커진다는데.

할아버지가 자신을 잊지 않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는 게 소원이라는 예린이. 그리고 그 마음을 알기에 큰 나무처럼 예린이를 언제까지나 든든하게 지켜주고 싶은 할아버지다.

*이후 516회 ‘여름방학 특집 효찬이의 노란 손수레’ (2025년 07월 26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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