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인사이트> ‘기후 위기 인간 2부작’ 2부 – 사라진 계절

  • 2025.10.02 16:16
  • 2시간전
  • KBS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 1.5℃, 임계선이 무너지면서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자연의 약속이다. 인간이 만든 열기가 지구를 뒤덮으며 자연의 시간표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지구는 이미 우리에게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연의 경고에 이제 귀 기울여야 한다.

‘동해에 나타난 대형 참치’, ‘사과꽃 필 무렵 찾아온 폭설’, ‘산호가 녹는 제주 바다’. 제주에서 북극까지, 2025 기후위기 증언록. 무너지는 계절의 지도 위에 선 이들이 묻는다. 계절이 사라지면, 당신에겐 무엇이 남는가.

영덕 구계항. 손재언, 손상현 부자(父子)의 정치망에는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큰 대형참치가 걸려든다. 한 마리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까지 거래되는 참치. 겉으로는 풍년 같지만, 일본의 1/10에 불과한 국내 어획 쿼터를 초과해 잡힌 참치는 다시 바다로 버려진다.

‘풍년 아닌 풍년’을 맞이한 어민들은 바다의 변화를 체감하며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마주하고 있다. 오랜 시간 ‘물살이’들이 오고 가던 바닷길, 바다의 지도가 흐트러지고 있다.

경남 함양에서 대를 이어 사과 농사를 지어온 마용운 씨는 갈수록 이상한 사계절을 체감하고 있다. 봄에 일찍 핀 꽃은 냉해로 얼어붙고 폭염에 사과가 화상을 입는다. 추석을 앞두고 붉게 물들어야 할 홍로가 익지 않아 애를 태운다. 마용운 씨는 “제가 제일 두려운 건 겨울이 너무 따뜻해져서 언젠가는 사과농사를 지을 수 없는 날이 오는 거죠”라고 전했다.

형님 마용하 씨는 사과농사 최적지를 찾아 강원도 양구로 이주했다. 그는 “20년 전에 벌써 기후가 변하고 있다고 말들이 많았죠. 그래서 최대한 북쪽으로 올라가고 싶었죠. 더 이상 휴전선에 가로막혀서 올라가지 못하는 자리까지 왔어요”라고 말했다. 50년 후 사과는 강원도에서만 재배 가능하고, 2090년 사과는 남한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제주 이호동 해녀 고명효 씨는 수중 카메라로 바다의 변화를 기록하며 물질을 한다. 그녀가 기록하는 바다는 이미 변해 있다. 짙푸른 숲을 이루던 감태와 모자반은 사라진 지 오래고, 해녀의 손끝에 잡히던 전복과 소라는 줄어든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산호탐사대원이기도 한 그녀는 태평양 산호의 마지막 피난처인 제주 바다에서 고수온으로 녹아내리고 하얗게 변하는 산호들을 목격한다.

세대를 이어 물질을 해온 그녀는 이제 바다의 증언자가 되었다. 변해버린 엄마의 바다를 기록하는 그녀는 어쩌면 이 바다의 ‘마지막 해녀’가 될지 모른다.

쿠로시오 해류에 곡류가 생기며 흐름이 바뀌자 일본 와카야마현 가쓰우라 항의 참치 어획량이 급감했다. 알래스카 코체부 지역은 눈보다 비 오는 날이 많아지고, 홍수와 태풍, 수온 상승으로 연어가 돌아오지 않아 사상 최악의 어획량을 기록했다. 북극의 해빙은 더 빨리 녹고, 새로운 해양 생물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태평양과 동해, 제주와 알래스카는 바다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대한민국 유일의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 탐사에 나선, 극지연구소 양은진 박사는 작년에 이어 북극 공해에서 오징어를 발견했다. 또, 해빙에서 살아가는 북극대구, 동물 플랑크톤, 따개비 유생 등 북극 해양 생물의 이동을 추적하고, 해빙을 관찰한다.

머지않은 미래, 이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지구의 마지막 경고를 듣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다큐 인사이트 ‘기후 위기 인간 - 2부 사라진 계절‘은 2025년 10월 2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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