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00회 특집, 6개월 간의 수중 탐사 프로젝트 기적의 발견!

  • 2025.11.21 08:50
  • 1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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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가 45년 만에 방송 사상 최초로 수심 108m 아래 바다에 잠들어 있던 해양경찰 경비정 72정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해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했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 통제로 묻혔던 현대사의 비극이 비로소 드러난 순간이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연출 이큰별·이동원·김병길, 이하 ‘꼬꼬무’) 200회는 ‘72정은 응답하라’로 정규 편성 이후 처음으로 야외 촬영을 진행, 해양경찰 서해5도 특별경비단 3008함, 헬기격납고, 공기부양정 기지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날 방송에는 리스너로 장항준 감독, 방송인 전현무, 배우 이연희가 함께 동해안에서 침몰한 해경 72정의 실체를 추적했다.

1980년 1월 23일, 9명의 해양경찰, 8명의 의무 전투경찰 등 총 17명의 청년들이 탑승한 소형경비정 ‘해경 72정’은 모든 통신이 끊긴 채 한순간에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구조선과 어선이 수색에 나섰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고, 남겨진 가족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연희는 “전혀 믿기지 않았을 것 같다”라며 유족의 허망한 심정을 공감했다. 장항준은 유족에게 ‘불의의 사고로 실종’이라 전해졌던 단 한 줄의 비보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당시 속초해양경찰서는 ‘해경 72정이 세 배나 큰 207함과 충돌해 침몰했다’고 유가족에게 전했다. 사고 지점의 수심은 기록상 약 100m.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인양이 불가능했고, 유해는 한 구도 수습되지 못한 채 위령제만 열렸다. 승조원 대부분이 20대 청년들이었다는 사실은 비극의 무게를 더욱 짙게 했다.

‘꼬꼬무’ 제작진은 이번 취재 과정에서 오랫동안 비공개로 묶여 있던 해경 내부 문서를 확보했다. 72정과 충돌한 207 함정에 대한 내부 조사 기록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레이더 이상과 악천후로 인한 충돌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1980년 1월 23일은 12 · 12 군사반란 이후 불과 40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강력한 언론 검열과 보도통제 속에서, 17명의 실종 소식은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당시의 언론 검열 실태에 장항준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전현무는 “소름 돋는다”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2017년, 세월호 인양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족들은 희망을 품었다. 72정 인양 문제는 2018년 국정감사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인양 예산의 확보가 어려워졌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그리고 2025년, ‘꼬꼬무’ 제작진이 직접 나섰다. 제작진은 지난 6월부터 수심 105m 아래 잠든 72정을 찾기 위한 수중 탐사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ROV 수중드론 전문 기업과 협력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실제 해저 환경을 가정한 테스트 탐사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 과정을 지켜본 전현무는 “와, 엄청난 일을 했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8월, 제작진은 해양경찰의 협조를 받아 침몰 해역으로 향했다. 수중 드론은 수심 110m에 이르는 깊은 바다에서 강한 조류와 빠른 유속에 밀려 고전했지만, 결국 해저까지 내려가는 데 성공했다. 카메라에는 넓게 펼쳐진 모래 바닥의 해저 지형이 비쳤으나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이후 영상 분석 과정에서 화면 한켠에 붉은색 물체가 포착되며 반전이 일어났다.

제작진은 지난 9월 2차 탐사에 돌입했고, 수심 108m 지점에서 마침내 ‘해경 72정’의 선체를 발견했다. 방송사가 직접 촬영한 ‘해경 72정’의 실제 모습이 세상에 공개된 것은 1980년 침몰 이후 처음이다. 옆으로 기울어진 채 해저에 누워 있던 선체는 그 원형을 비교적 유지하고 있었으며, 세월을 보여주듯 주변에는 해양 생물이 서식하고 있었다. 리스너들은 “대단하다”, “서둘러 인양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감탄을 쏟아냈다.

꼬꼬무 제작진은 해당 영상이 72정 인양 작업의 단초가 되길 바라며 수중 탐사 촬영 원본 전체를 해양경찰에 제공했다. 장항준은 “대단한 일을 했다”, 전현무는 “200회 특집을 안 했으면 차일피일 인양이 미뤄졌을 거다. 이렇게 환기되고 여론이 형성되어야 한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의 지워지지 않은 아픔에 리스너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연희는 “빨리 건져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3MC인 장도연, 장현성, 장성규는 “해경 72정은 단순한 침몰 사고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역할을 묻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국민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때, 국가는 무엇으로 그들을 지켜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현무는 “늦었지만 여론이 형성돼 인양작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고, 장항준은 “국가가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라며 진심 어린 소감을 남겼다.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서는 “꼬꼬무의 200회 취지 정말 좋다. 방송 계기로 72정 인양 추진됐으면”, “저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어”, “꼬꼬무 작정했네. 대단하다”, “매 회 느끼지만 진짜 한 회 한 회 정성 들여 만드는 거 같다”, “오늘 진짜 눈물 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하루빨리 돌아 오시길” 등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한편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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