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맹년 씨네 동고동락

  • 2025.12.12 16:44
  • 2시간전
  • KBS

사시사철 아름다운 남해의 한 2층짜리 단독 주택. 한맹년(54) 씨는 오늘도 부지런히 두 어머니의 아침 식사를 준비 중이다. 3년 전, 맹년 씨는 연로한 나이와 골다공증 탓에 거동이 불편해진 시어머니 봉순 씨를 간곡히 설득해 집에 모셨다. 그로부터 1년 뒤 어느 날 갑자기 치매가 찾아온 친정엄마 문옥 씨까지 모시게 되며 본격적인 두 어머니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치매 증상 중 하나인 일몰 증후군의 영향으로 친정엄마는 밤이면 수시로 보따리를 싸서 집을 나가버린다.

이런 엄마 때문에 맹년 씨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하지만 맹년 씨 곁엔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남편 연견 씨와 애교쟁이 딸 언교 씨가 있어 큰 위로가 된다. 연견 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 봉순 씨를 모시게 된 후 항상 어머니의 기저귀를 손수 갈았다. 퇴직 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바쁜 일상에서도 수시로 1, 2층 두 어머니를 오가며 아내 맹년 씨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소문난 잉꼬부부 맹년 씨와 연견 씨. 둘은 8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이들 부부에게는 배 아파 낳은 두 아들과 마음으로 낳은 딸 언교 씨가 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막내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내고 슬픔에 빠져 있던 부부에게 천사 같은 딸 언교 씨가 왔다. 입양을 고민했던 4년의 세월이 아쉬워질 만큼, 언교 씨는 가족에게 큰 행복을 안겨줬다. 그런데 2년 전, 우여곡절 끝에 부부는 언교 씨에게 입양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언교 씨는 믿고 싶지 않은 진실 앞에 흔들렸다. 맡겨졌던 보육원에 다녀온 뒤에도 방황을 멈추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사랑을 주는 가족들이 있어 언교 씨는 다시 사랑스러운 딸로 돌아오는 중이다. 부모님을 도와 두 할머니를 살뜰히 챙기고 집안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어 맹년 씨는 그저 고맙기만 하다. 흔들리는 자신의 옆에서 묵묵히, 더 큰 사랑으로 품어주는 가족을 보며 언교 씨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맹년 씨는 6년째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생활지원사 일을 하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 집을 방문하며 살피는 이 일이 맹년 씨에게는 즐겁기만 하다. 그러나 이제는 좋아하는 이 일을 그만둬야 할 때인가 싶다. 친정엄마의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찾아올 두 어머니와의 아름다운 작별을 위해 맹년 씨는 일을 접고 후회 없이 추억을 쌓아 가려 한다. 한편, 연견 씨는 35년 동안 성실히 다닌 은행을 퇴직한 후 일자리를 찾던 중 횟집 일을 시작했다. 힘 좋은 갯장어의 이빨에 하루도 상처가 아물 날이 없지만 새롭게 얻은 일터에서 연견 씨는 다시 청춘을 불태우고 있다. 막내딸 언교 씨도 새로운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한 지붕 아래 두 어머니를 모시게 된 맹년 씨와, 맹년 씨 곁에서 늘 위로가 되어주는 든든한 남편 연견 씨. 피보다 진한 사랑을 알려준 마음으로 낳은 딸 언교 씨까지, 가족 모두가 크고 작은 변화를 앞둔 지금 어려움도 즐거움도 함께하는 맹년 씨네 가족을 따라가 본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