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우리 할매, 우리 형…지적장애 형과 대학생 동생이 지키는 '가족의 이름'

  • 2026.04.17 14:20
  • 2시간전
  • KBS

창녕의 시골 마을.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는 두 살 터울의 상혁(21), 상원(19) 형제와 여든의 할머니가 있다. 대학생이 된 올해부터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 동생 상원이. 그 탓에 형과 할머니는 매일이 기다림이다.

상원이는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 걱정에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고 매주 먼 길을 달려 집에 온다. 지적장애가 있는 형이 할머니와 집안을 챙기기도 힘든 상황. 집에 돌아온 상원이는 쉴 새가 없다. 한 해 농사 준비부터 집 안 수리까지 할머니 일손 하나라도 덜어드리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상원이에게 할머니는 부모님과 마찬가지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이혼하신 몇 년 뒤, 아빠마저 간암 말기 진단을 받게 되면서 의지할 곳은 할머니뿐이었다. 그러나 3년 전,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할머니는 더 쇠약해지셨다. 상원이는 대학생이 되고 집을 비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마음은 더 불안하기만 하다. 할머니의 설득에 취업 대신 대학교 진학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새내기 대학생의 설렘보다 가족들 걱정이 먼저다.

어느 날 갑자기 간암 말기에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 아들. 부디 살아만 달라며 할머니는 정성으로 아들을 돌봤고, 몇 개월을 넘기기 힘들 거라던 아들은 그렇게 5년을 버티다 세상을 떠났다. 자식 앞세운 마음에 매일이 괴롭다가도 손주들을 보면 또 힘을 내야 했던 할머니. 옆에서 가장 많은 힘이 되어준 건 손자 상원이었다.

할머니는 지금도 상원이를 생각하면 미안함이 앞선다. 미래를 생각해 대학은 꼭 가라 설득했지만, 당장 학비 하나 도와줄 수도 없는 형편이다. 학업에, 아르바이트에 혼자 어깨가 무거운 손자를 볼 때면 안쓰럽기만 하다. 뭐라도 일을 해 보탬이 되고 싶지만, 위암 수술에 작년에 교통사고까지 당하면서 걷는 것도 힘에 부치는 상황. 그저 손자 걱정에 애가 탄다. 또 다른 걱정은 상혁이다. 할머니마저 떠나고 나면 혼자 밥이라도 해 먹고 살 수 있을까. 오늘도 깊은 한숨만 늘어간다.

조용한 시골 마을을 메우는 염소 울음소리. 상혁이가 키우는 염소들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상혁이가 뭐라도 해보면 어떨까 싶어 염소 두 마리를 내어주신 이웃집 할아버지. 두 마리로 시작한 염소가 벌써 열 마리로 늘었다. 두 달 전부터 장애인 근로 사업장에서 하루 3시간씩 청소 일을 하는 상혁이. 일이 끝나면 염소들을 돌보는 게 상혁이의 유일한 일과다. 최근 가격이 뚝 떨어져 마리당 20만 원도 안 된다는 염소. 힘들게 키워 사룟값을 제하면 남는 것도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상혁이는 한 푼 두 푼 모아 동생 학비에 보태주고 싶단다. 그 마음을 알기에 할머니 역시 차마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다.

어릴 때부터 항상 붙어 지내왔던 형제. 내색은 안 해도 내심 떨어져 지내는 동생이 걱정인지, 상원이를 위해 상혁이는 깜짝선물까지 준비했다. 아직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나 일상의 어려움은 있지만,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큰 상혁이다.

*이후 546회 ‘성민이의 내 사랑 어부바’ (2026년 2월 21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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