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과학고 포기한 수재, 봉호의 선택...복덩이네 5남매 사연

  • 2026.05.15 09:00
  • 2시간전
  • KBS

아이들 웃음소리 듣기가 쉽지 않은 시골 마을에 작년부터 웃음꽃이 피었다. 4남매였던 봉호네 가정에 막둥이 성하가 태어나고부터다.

요즘 집안의 화두는 당연히 귀여운 막냇동생이다. 특히 셋째 승원이(13)와 넷째 승주(9)는 동생만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사실 지금은 가족들 사랑 듬뿍 받는 막내지만, 성하를 낳기까지 온 가족이 걱정과 고민이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이미 네 명의 아이들까지 있는 상황. 현실을 생각하면 모두가 우려하고 걱정할 일이었다.

엄마, 아빠 역시 아이들 보기도 미안한 마음에 어려운 결정을 내리려던 찰나, 마음을 바꾸게 된 건 아이들 덕분이었다. 동생이 생겨도 괜찮다며 지지해 준 아이들. 덕분에 막내가 태어난 뒤로 집안에는 웃음도 대화도 더 많아졌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려 애쓰고 있는 아빠와 더 의젓한 형이 되려 노력 중인 형제.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인 첫째 봉호도 학업에 더 의욕이 생겼으니 그야말로 복덩이가 찾아온 것이다. 막내로 인해 더욱 똘똘 뭉치게 됐다는 가족들은 오늘도 서로를 지탱하며 힘든 현실도 굳세게 나아가고 있다.

20년 넘게 목수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왔던 아빠 근조 씨. 그때는 지금보다 사정이 나았지만, 지적장애가 있는 둘째 승기가 밤낮없이 차도로 뛰어드는 등 돌발행동을 하면서 지방 출장이 잦던 목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아내 혼자 아이들을 챙기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산림조합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하며 험한 산들을 오르내리는 아빠. 벌목하다 쓰러진 나무에 발목 골절을 당해 지금도 양쪽 발목에 핀이 박혀 있지만, 가족들 생각하면 일을 쉴 수는 없다. 당장 아이들이 지내는 공간도 걱정이다. 아빠가 예전부터 지내온 오래된 시골집. 아이들 방 한 칸도 마땅치 않고, 그나마 지자체에서 화장실과 지붕은 수리해 줬지만 장판이며 도배며 성한 곳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 학원 하나 보내기도 힘든 형편에 집수리는 먼 얘기다. 특히 가장 미안한 건 첫째 봉호다. 우수한 성적으로 과학고등학교 1차 면접까지 통과했지만, 결국 포기한 봉호. 형편 걱정에 포기하겠다는 딸을 아빠는 차마 말릴 수가 없었다. 그때의 미안함이 여전히 마음 깊이 남아 있는 아빠. 산림조합 일이 없을 때면 인력사무소를 찾아다니고, 지인의 식당에서 숯불을 나르는 등 불러주는 곳만 있다면 어디든 달려간다. 다시는 아이들이 형편 때문에 포기하지 않도록, 아이들을 마음껏 응원해 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근조 씨.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중이다.

막냇동생이 태어나면서 셋째 승원이도 부쩍 의젓해졌다. 장애가 있는 형 승기를 살뜰히 챙기고, 동생과 함께 마을을 누비며 건강한 식재료들을 찾아 나서며 가족들을 위하는 승원이. 누나의 빈자리를 채우려 노력 중이다. 첫째 봉호는 가족들의 가장 큰 자랑이다. 과학고를 포기한 이후, 장학 제도와 학구열이 좋은 타 지역의 기숙사 학교를 택했다. 봉호는 장학금으로 학교생활에 필요한 비용들을 해결하고, 사교육 하나 없이도 전교 상위권 성적을 유지 중이다. 주말에 집에 올 때면 농가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마련하고, 집에서는 동생들을 챙기느라 바쁘다.

사실 처음 막내의 소식을 들었을 때는 봉호도 부모님을 향한 원망이 먼저였다. 하지만 미안해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과 고민을 이해하며 함께 돕겠다고 나섰다. 봉호는 나중에 성하까지 챙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도 더 열심이다. 자신은 어릴 때부터 포기하며 지내온 게 많았지만, 동생들만큼은 많은 걸 누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봉호는 뭐든 최선을 다한다. 봉호는 자신의 노력으로 동생들의 미래가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단단해지는 요즘이다.

*이후 550회 ‘붕어빵 사촌 자매의 동고동락’ (2026년 3월 21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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