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45년 동결 수신료…국회의원 세비는 물가상승률 뛰어넘어”

  • 2026.09.02 13:46
  • 1시간전
  • KBS

‘제63회 방송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방송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모든 수상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 KBS 임직원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방송의 날'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국민과 함께할 내일을 다짐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았을 때, 오늘 우리가 직면한 공영방송의 경영 현실은 엄혹함을 넘어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고, 폭증하는 제작비와 위축된 광고 시장은 공영방송의 생존 기반을 흔들고 있습니다. 

KBS 역시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는 등 재정적 한계 상황에 도달해 있습니다.

특히 공영방송의 재정적 어려움은 단지 KBS만의 위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방송 생태계에서 함께 호흡하고 일하고 있는 수많은 중소제작사들의 생존과 방송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동료들의 고용 불안으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이 흔들리면 대한민국 콘텐츠 생태계의 허리 또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보여준 대응은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KBS 수신료는 1981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4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고, 동결되어 있습니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소비자물가는 5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급되는 국회의원의 세비는 45년 전과 비교해 물가상승률을 훨씬 뛰어넘는 인상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재정 기반인 수신료는 반세기 가까이 방치해 두었습니다.

공영방송 제도가 운영되는 나라 가운데 수신료가 45년 동안 동결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수신료가 동결된 상태라면, 공영방송이 스스로 보유한 자산을 활용하여 재원을 만들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라도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낡은 법과 과도한 정부 규제는 공영방송의 정당한 자산 활용과 수익 다각화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국내 지상파 사업자들이 시대에 뒤처진 규제에 손과 발이 묶여 있는 사이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국의 미디어 관련 회사들은 하루하루 국내시장을 잠식했습니다.

정부의 지원과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의 위기는 비단 미디어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공공의 미디어 자산을 방치하고, 낡은 규제로 손발을 묶으며, 공영방송을 정쟁의 대상으로만 인식한 정치권과 정부에도 그 원인이 있습니다.

방송의 날을 맞아 간곡히 호소합니다.

공영방송은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위기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이 시청자들에게 든든하고 믿음직한 방송사로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정책과 지원을 부탁합니다.

KBS도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익숙한 관행에 안주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사적인 고통 분담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과감히 깎아내고,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공공 콘텐츠와 디지털 역량 강화, AI 기반의 효율화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겠습니다.

스스로 뼈를 깎는 혁신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공영미디어로서의 생존력을 증명해 보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KBS 임직원 여러분, KBS는 지금까지 전 세계를 매료시킨 한류의 시작을 알리고 이를 선도해 온 대한민국 대표 방송사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흘린 땀방울과 만들어 낸 콘텐츠가 오늘날 글로벌 K-컬처의 든든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임직원 여러분은 이에 대해 충분히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KBS 가족 여러분, 우리에게는 시련을 극복해 온 저력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더욱 단단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국민의 방송으로 다시 일어섭시다.

다시 한번 수상자 여러분께 축하를 드리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KBS를 이끌어 오신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