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열여덟, 다시 거리에 서다'

  • 2024.10.22 10:35
  • 13시간전
  • KBS

해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은 2천여 명. 퇴소와 함께 천만 원 남짓의 자립정착지원금과 5년간 매달 50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자립준비청년의 죽음이 이어질 때마다 정부는 경제적 지원책을 더하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할까. 그들의 삶은 좀 나아졌을까. 취재진이 만난 자립청년들은 그야말로 '연명'하는 삶을 살고 있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이 그 실마리를 찾아봤다.

자립 이후의 삶은 어떨까. 아동양육시설에서 나와 홀로서기에 나선 일부 청년들은 지낼 곳이 없어 쉼터를 전전하고,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 때로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양육 여건이 안 돼 자신의 자녀조차 시설에 맡기는 대물림까지 보인다. 우울증과 불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나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와 약물에 의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팔목에 스스로 낸 숱한 상처와 자살 시도에 관한 이야기들. 무기력으로 점철된 그들에게 다가오는 '내일'은 버겁고 두려울 뿐이다. 자립준비청년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대다수의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유년 시절 '학대'를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취재진은 '자립 이전의 삶'에서 단서를 찾았다. 

시대가 바뀌면서 시설에 맡겨지는 아동들에게 특정한 유형이 나타난다. 최근 5년간 시설 아동의 42%는 직접적인 학대와 방임의 피해자였고, 부모 이혼이나 사망, 유기 등 가정해체를 포함하면 68%에 달한다. 학대와 방임을 겪은 아동은 발달장애나 경계선 지능, 우울과 같은 정서적 어려움을 지니고 있었다. 한국아동복지협회 실태조사에서는 보호아동 10명 중 6~7명이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다. 시설 종사자들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과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치유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다가온다. 일부 시설은 자체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극소수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이른 시기에, 또 장기간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설은 입소 아동을 치유할 여력도, 정책적 지원도 없다고 말한다. 치료는 오롯이 시설의 몫. 시설장의 의지나 재정 여건에 따라 좌우되는 실정이다. 아동복지는 누구나 동등한 혜택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건 사실상 '복불복'이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이들을 살필 진단 체계조차 제도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자립준비청년 정책은 대체로 자립 이후의 삶에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자립 이전의 삶'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 인력의 충원과 예산 등 제도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이 굴레를 끊어낼 수 있을까.

KBS 이 복지 사각에 놓인 보호아동, 자립준비청년의 반복되는 죽음과 절망의 밑바닥을 들여다봤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