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그곳에 소년들이 있었다
- 2025.06.20 18:01
- 7시간전
- KBS

한국전쟁 75주년, 그날의 총성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있다. 교복을 입고 전선에 섰던 학도의용군. 그들의 삶은 하나의 역사이자, 증언이다. ‘학생’에서 ‘병사’가 되었던 소년들.
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 전쟁이 시작됐다. 서울이 함락되고 낙동강 이남만 남은 절박한 전세 속에서 수많은 학생이 교복을 입은 채 자진해서 전장으로 향했다. 군번도 계급도 없이, 짧은 훈련만 받은 채 실전에 투입된 이들은 바로 ‘학도의용군'이다.
육지뿐 아니라 제주에서도 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바다를 건너 전쟁에 참여했다. 부모의 눈물을 뒤로한 채 배를 탄 그들은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해 한국전쟁의 주요 전투에서 크게 활약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펜 대신 총을 들었던 그들은 이제 구순을 넘긴 노인이 되어 마지막 증언자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한국전쟁 당시 경주중·고등학교에서는 320여 명의 학생이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했고, 이 중 130명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경주중·고등학교는 이들의 이름을 전몰학도병추념비에 새기고, 명예졸업장을 전하며 예우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의 복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낙동강 방어선의 격전지였던 어래산 일대에서 당시 경주중학교 4학년이던 故 이봉수 학도의용군의 유해가 75년 만에 발굴됐다. 한 소년이, 긴 세월을 지나 가족과 모교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순간이었다.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소년이 마주한 전쟁의 참상과 두려움이 담긴 故 이우근 학도의용군의 편지는 어머니에게 전해지진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이번 방송은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더했다. 故 이우근 학도의용군의 편지를 비롯해 75년 전 흑백 사진 속에 멈춰선 소년들의 모습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되살리고, 흐려진 기억을 생생한 영상으로 재현했다. 과거의 기록이 기술과 만나, 75년 전 그날의 감정을 오늘날의 시청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역사 크리에이터 최태성이 전편 내레이션을 맡아 전쟁의 기억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다. 또한 프리젠터로도 참여해, 생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듣고 당시 전장을 함께 걸으며 관객의 시선을 안내한다.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6·25 전쟁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학도병들의 증언은 역사의 교훈이자 살아 있는 기억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따라, 지금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전할지를 묻는다.
KBS1 6월 21일 토요일 밤 10시 25분 ‘그곳에 소년들이 있었다’를 통해 방송된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