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달려라 명랑 세미

  • 2025.03.21 13:54
  • 16시간전
  • KBS

전남 강진,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 축사. 매일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귀여운 두 아이가 뛰어노는 곳. 바로 박세미(35), 이현창(42) 씨 부부의 축사다. 대학에서 피아노와 성악을 전공한 부부. 세미 씨가 신입생 시절, ‘복학생 오빠’ 현창 씨를 만나 7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단다. 광주에서 신혼을 시작했던 부부. 그런데, 9년 전 갑자기 시아버지가 허리를 다치면서, 강진으로 내려오게 됐다. 평생 피아노만 치던 손으로 소밥을 주고, 소똥을 치우는 세미 씨. 그녀 곁엔 늘 세미 씨만 바라보는 세 남자가 있었으니, 남편 현창 씨와 두 아들 찬이(7)와 해담이(4)다. 편찮으신 시아버지를 모시고, 두 아들을 키우며 140마리 소를 돌보는 세미 씨.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늘 웃는 얼굴로 주변까지 환하게 만든다. 가족들은 물론, 온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그녀. ‘명랑 세미’의 행복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본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게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라는데, 세미 씨 부부는 식사 시간마다 전쟁이다. 늘 밥을 다 먹고도 더 먹으려는 해담이와 그런 아이를 제지하는 엄마 아빠. 해담이는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못 느끼는 ‘프래더 윌리 증후군’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다. 막 태어났을 땐 젖병을 빠는 힘조차 없어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5일을 보냈던 아이. 코로나19 시기라 아기 얼굴도 보지 못하고 생이별을 해야 했다. 45일을 매일 눈물로 보냈던 세미 씨 부부. 하지만, 어렵게 품에 안은 해담이는 누구보다 잘 웃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저녁마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히고, 매주 광주까지 대학병원을 오가는 일상. 지칠 때도 있지만, 너무 멀리 내다보지 않으려 한다. 지금처럼 하루하루를 소중히 채워나갈 것이다.

세미 씨에겐 소 키우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 있었으니, 바로 시아버지와 남편의 갈등! 축사의 음악 선곡부터 소 밥 주는 일까지, 모든 일에 생각이 다른 부자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사실, 현창 씨는 처음 강진에 내려올 때부터 축사 일보다는 바닷일에 관심이 많았단다. 현창 씨가 통발을 챙기기 시작하면 봄이 왔다는 증거. 날이 풀리면 바로 낙지잡이에 나선다. 그런데, 설레는 마음으로 첫 조업을 나간 날 올라오는 건 빈 통발뿐, 낙지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미끼로 쓰는 칠게 값도 안 나와서 오늘도 적자 신세다. 시아버지와 남편, 축사와 바다 사이에서 오늘도 세미 씨 속만 까맣게 탄다.

월요일이 되면 진도로 달려가는 세미 씨. 실버 합창단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고 있다. 반주가 끝나고는 진도 친정집에 들르는데, 딸을 볼 때마다 엄마 출란 씨는 속이 상한다. 피아니스트가 될 줄 알았던 딸이 소를 키운다니. 딸이 시댁으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도, 손자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희소병 진단을 받았을 때도 눈물 바람이었던 엄마. 그런데, 정작 딸은 오늘도 씩씩하기만 하다. 어릴 때부터 매사에 긍정적이었다는 세미 씨. 그녀의 인생에 슬픔과 좌절이란 단어는 없단다. 어떠한 시련도 특별한 행복으로 바꿔나가는 그녀. 무한 긍정의 힘으로 주변까지 환하게 밝히는 명랑 세미!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세미 씨는, 오늘도 씩씩하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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