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PICK 쌤과 함께> 대한민국은 왜 무속에 의지하는가
- 2025.03.21 14:03
- 1일전
- KBS
최근 가볍게 점을 보고 무당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무당학원까지 성행하며, 무당을 지망하는 젊은이까지 등장할 정도로 무속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야말로 뜨겁다. 사람들은 왜 무속을 믿고 빠져들게 되는 걸까? 현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무속에, 나라의 앞날을 맡겨도 되는 걸까? 3월 23일 방송되는 에서는 무속에 의지하는 사회·문화적인 배경과 심리적 요인을 분석해 우리가 무속을 대해야 하는 자세와 경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무속의 역할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문화심리학자 한민 박사와 함께 알아본다.
무속은 우리의 일상부터 정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무속의 정치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실정으로, 역술가로 활동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현재 계엄 사전 모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외신에서는 ‘한국의 실패한 쿠데타에 무속인이 개입했다’, ‘샤머니즘 의식, 버거, 계엄령: 한국을 사로잡은 기괴한 위기’ 등의 보도가 잇따르며 화제가 되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입시 카테고리보다 운세 카테고리의 수가 10배가 많을뿐더러, 급기야 춤과 기예, 의례 등을 교육하는 ‘무속 학원’까지 등장하고 있 다.
2000년대 초 약 20만 명이던 무속인은 2023년에 이르러 약 80만 명까지 증가했다는 주장도 존재하는데, 이는 무속이 예전에 비해 대중화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민 박사는 “무속은 동북아시아 샤머니즘에서 유래한 민간 신앙으로, 신과 소통하는 샤먼(무당)이 중심이 된 종교 현상이라면 사주, 관상, 풍수는 전통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사주와 관상을 공부해 점을 치는 무당이 존재하는가 하면, 영화 에서처럼 풍수로 묫자리를 가려내는 지관과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무당이 협엽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사주, 풍수와 관상이 인간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예언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무속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 박사는 “한국인의 특징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소개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의 진인사대천명에서 한국인은 유독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 ’진인사‘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박사는 “한국인의 자기관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는 ’주체성 자기‘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러한 한국인의 주체성은 타인뿐 아니라 신에게도 적용되어, 신에게 정성을 다하면 신도 감동하여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굿을 벌이고 기도를 올린다는 것이 연사의 설명이다.
무속이 이토록 대중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1960~70년대 무속은 미신으로 탄압을 받았던 사례가 있다. 새마을 운동 기간에 본격화된 ’미신 타파 운동‘의 일환으로 전국의 신당이 파괴되었고, 저녁에 굿을 벌이는 무당은 소음을 구실로 경범죄라며 구금되기도 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도시가 확대되며 대한민국에는 근대화의 바람이 불었고, 무속은 시대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것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속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전두환 정권에 이르러 바뀌기 시작했다. 1979년 12·12군사 반란으로 정당성 없는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국민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계획으로 1981년, 대규모 관제행사인 ’국풍81‘을 개최했다. 국풍81은 국민들로 하여금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국학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기획되었다. 전통놀이와 볼거리로 가득했던 행사이지만, 사실 행사 개최 의도는 ”국민의 불만과 관심을 돌리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 한 박사의 설명이다.
이후 민속문화의 하나로 ’무속‘이 자리잡게 되며 방송 프로그램에서 무속이 등장하는가 하면, 무속을 다룬 예능까지 방영하게 된다. 무속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한 박사는 ”무속은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무속은 답을 내려주며 심리적인 위안과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무속의 순기능도 분명 존재하지만, 일부 무당들은 신의 말씀을 핑계 삼아 범죄를 저지르고, 무속을 믿는 사람들의 마음을 악용하여 우리의 눈과 귀를 멀게 하기도 했다. 또한, 무속이 정치에 개입하여 논란이 되기도 하는데, 최근 우리나라의 사례와 더불어 미국의 사례 역시 찾아볼 수 있다. 로널드 레이건의 영부인인 ’낸시 레이건‘이다.
낸시 레이건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저격 사건으로 충격을 받고, 이를 예언했다는 점성술사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며 의존하기 시작했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인 도널드 리건의 말에 따르면 낸시 레이건은 샌프란시스코의 점성술사에게 매달 3천 달러를 주고 별도의 전화까지 두고 매일 대통령의 일정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한 박사는 ”시스템화된 현대의 정치에 비과학적이고 증명할 수 없는 무속이 개입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 박사는 “나를 만드는 것은 나의 마음과 의지”라며, “자기 삶의 주체성을 위해 무속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대한민국은 왜 무속에 의지하는가’는 3월 23일(일) 저녁 19시 10분 KBS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방송 후에는 KBS홈페이지(www.kbs.co.kr)와 wavve, 유튜브 KBS교양, KBS다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