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창> '자영업 보고서 : 빛의 굴레'

  • 2025.06.10 10:59
  • 7시간전
  • KBS

1990년대 '젊음의 거리'로 불렸던 서울 신촌. 하지만 지금은 곳곳에 '점포 정리' 문구를 붙인 가게들이 즐비하다. 패션의 중심지로 불렸던 서울 동대문은 이제 '천 원 시장'이라 불리는 벼룩시장에 사람이 몰리고, 취재진이 살펴본 쇼핑몰들은 텅 비어있다.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을 바탕으로 산출한 동대문 상권의 올해 1분기 공실률은 6~14% 수준. 좀 더 정확한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핀테크 업체와 '소멸률'을 따져봤다. 국세청과 카드사 등의 빅데이터를 통해 폐업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매출이 '0원'으로 추정되는 가게의 비율이다. 그 결과 동대문 의류점 가운데 절반가량은 사실상 문을 닫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전국적으로 음식점 소멸률은 어느 정도인지, 어느 지역이 가장 높았는지, 최근 5년간 이 수치는 어떻게 변동됐는지를 살펴봤다.

어떻게든 버티며 가게를 운영중인 음식점, 베이커리 사장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2018년부터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영향으로 가게 직원을 줄이거나 없애고 부부가 음식 조리며 접객 등 각종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터진 코로나19 악재에 마음이 무너졌고, 이후 정상화가 되면서 다시 힘을 내 보았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다시 한숨이 깊어졌고 이후 최근 경기침체까지 닥치면서 이젠 정말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코로나19때 진 빚을 갚는 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빚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부채는 총 1064조 2천억 원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 추세다.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취약 자영업자 숫자는 2021년 28만 명 정도였지만 지난해엔 42만 7천 명까지 늘었다. 이들의 연체율은 2021년 4.32%에서 지난해엔 11.16%까지 치솟았는데 일반 자영업자에 비하면 28배나 높다. 이렇다 보니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자영업자는 2021년 7천 명이었는데, 지난해 말엔 1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이 느끼는 빚 부담은 어느 정도이고 이유는 무엇인지 취재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OECD 기준으로 23.2%로 33개 나라 가운데 7위나 된다. 과거에 비하면 점점 줄고 있지만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기존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접어도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또는 대출 상환이 힘들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장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700만 명이 넘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계속 은퇴 후 창업에 뛰어들고, 950만 명이나 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자영업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60대 개인사업자는 최근 1년 동안 대출을 받은 인원과 금액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창업을 하기 전에 관련 업종에 취직해 경험을 충분히 쌓고 미리 상권 분석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본적으로는 기존 고령 자영업자나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다양한 일자리가 필요하고 관련 기술 교육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리고 재취업, 재창업에 성공할 때까지 버티려면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 가입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밖에 단순한 자금 지원은 이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지역 상품권 등 경기 부양 목적을 함께 갖고 있는 일반적인 대책보다는 소득, 업종에 따른 맞춤형 자영업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자영업자 대책의 문제점과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살펴본 ‘자영업의 보고서 : 빛의 굴레’는 오늘(10일) 밤 10시 KBS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