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계속으로> 캠핑카로 만나는 낙원, 캐나다 동부

  • 2025.10.16 15:36
  • 5시간전
  • KBS

캐나다 동부 하면 웅장한 자연과 신선한 랍스터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캠핑카의 운전대를 잡고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면 그림 같은 풍경 너머에 숨겨진 더 깊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캐나다 초기 정착민의 숨결과 대자연이 어우러진 곳, 캐나다 동부로 떠나보자.

퀘벡주 보나벤처 섬은 세계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바닷새의 일종인 북방가넷(Northern Gannet)을 관찰할 수 있는 서식지이다. 항구에서 한 시간을 걸어 서식지에 도착하면 수만 마리의 북방가넷 울음소리가 거대한 합창처럼 귀를 압도한다. 또, 마치 수산시장에 온 듯한 짙은 비린내가 코를 자극한다. 이곳의 북방가넷은 약 20년간 한 배우자와 매년 같은 둥지로 돌아오는 놀라운 습성을 지녔다. 다시 만난 짝들은 서로 부리를 맞대고 비비는 '펜싱 놀이'를 통해 유대를 확인하는데, 이것은 짝과 유대를 강화하는 표현이다. 보나벤처 섬의 북방가넷 집단 서식지를 찾아간다.

아카디안은 17세기 초부터 캐나다 동부에 정착해 살았던 프랑스인의 후손들이다. 아카디아 사람들의 활기찬 정신은 그들의 연례 축제에서 빛을 발한다. 행사장은 전기톱으로 통나무를 자르는 굉음과 소 품평회의 활기로 가득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53초 만에 우승자가 가려진 ‘랍스터 빨리 먹기 대회’다. 참가자들은 단단한 집게발을 깨기 위해 의자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예측 불허의 방법으로 관중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루넨버그 마을에는 '과부의 망루(Widow’s Watch)'라 불리는 특별한 건축 양식이 있다. 좁은 계단을 올라 망루에 서서, 과거 어부의 아내들이 마주했을 막막하고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면 그들의 간절한 기다림과 깊은 불안이 전해지는 듯하다. 남편이 탄 배가 조기(弔旗)를 달고 항구로 들어오면 비극을 직감해야 했던 이 망루는, 바다와 함께 살아온 공동체의 슬픔이 깃든 상징이다. 18세기부터 지어진 수많은 목조 건축물이 완벽에 가깝게 보존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루넨버그를 만나본다.

‘연어 낚시의 성지’로 알려진 노바스코샤의 마가리 강에 도착하면 뜻밖의 풍경을 마주친다. 최근 비가 오지 않아 수온이 올라, 스트레스에 취약해진 연어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일시적으로 낚시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낚시꾼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의 낚시 문화는 이처럼 자연과의 공존을 최우선으로 한다. 잡은 연어는 모두 강으로 돌려보내는 '캐치 앤 릴리즈'와, 모든 낚시꾼이 공평하게 차례로 강 하류로 자리를 옮기는 '낚시 자리 순환'이 불문율처럼 지켜진다. 케이프 브레튼 섬의 마가리 강을 찾아 캠핑과 함께 하는 연어낚시의 낭만을 즐긴다.

애틀랜틱 열기구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열기구 비행이 강한 바람 때문에 취소됐다. 캐나다 캠핑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하지만 실망과 아쉬움은 이내 경이로움으로 바뀐다. 열기구 조종사들이 펼치는 불쇼인 '문 글로우(Moon Glow)' 덕분이다. 어둠이 내린 공원에 도열한 조종사들은 음악의 리듬에 맞춰 템포를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장단을 짧고 길게 조절하며 밤하늘로 열기구 버너의 불꽃을 쏘아 올린다. 뉴브런즈윅 서식스에서 열린 열기구 축제를 감상한다.

캐나다 동부의 웅장한 풍경을 영상에 담기 위해 캠핑카에 올랐지만, 정작 마음을 가득 채운 건 영상에 담을 수 없는 사람들의 온기와 이야기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장소에는 또 어떤 숨겨진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10월 18일(토) 오전 9시 40분에 KBS 1TV에서 직접 만나본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