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스페셜-시간여행자> 지승현, 조선·미국·청...치열한 수싸움으로 탄생한 ‘쇄국’ 조선의 첫 근대 외교전 시기 조명
- 2026.08.07 14:53
- 1시간전
- KBS
19세기는 흔히 서구 열강이 군사력으로 타국을 침탈하던 시대였다고들 한다. 하지만 당시 국제 사회에서 총보다 두루 쓰이는 무기는 바로 ‘펜’이었다. 세계 각국은 국제법이란 틀 안에서 조약문으로 서로의 관계를 규정지으며 소리 없는 외교 전쟁을 치렀다. 8월 9일 일요일 밤 9시 30분, KBS 1TV에서 방영되는 32회는 조선이 서양 국가 중 최초로 미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1882년의 막전막후를 조명한다.
■ 조선, 서양 국가와 최초로 조약을 맺다. '조미수호통상조약'
1882년 5월 22일, 인천 제물포. 조선과 미국은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다. 조선이 서양 국가와 체결한 최초의 조약이었다. 조미조약은 최혜국 조항을 인정한 불평등 조약이지만, 동시에 ‘관세자주권’과 ‘거중조정’이라는 조선의 절실한 요구가 반영된 조약이기도 하다.
‘관세자주권’이란 조선이 수입품에 대해 자주적으로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당시 청나라와 일본조차 서양 국가를 상대로 행사하고 있지 못하던 권리였다. 6년 전, 일본과의 강화도 조약에서 관세 규정을 누락해 조선 쌀 수출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경험이 조약에 반영됐다.
이 조약에서 ‘거중조정’ 또한 명문화되었다. ‘거중조정’이란 조선이 타국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중간에 개입하여 우호적으로 중재해 준다는 약속이다. 이 조항은 약육강식의 국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선이 원한 안전 보장책이었다.
그렇다면 서양과의 통상 거부를 고집하던 조선은 어떻게 미국과 조약을 맺게 되었을까. 조미조약 체결 배경에는 결정적 책이 한 권 있었다. 바로 ‘조선책략’이다. 당시 조선은 청나라의 아편전쟁 패배와 병인양요·신미양요를 비롯한 연이은 무력 충돌을 겪으며 서양에 대한 위기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더군다나 남하하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게 된 상황이었다.
‘조선책략’에는, 서양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조약을 맺고 이를 준수한다는 국제 질서에 대한 설명과, 남하하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중국·일본을 가까이하고 미국과 연합해야 한다는 제언이 담겨 있었다. 여러 국가와 조약을 맺음으로써 특정 강대국을 견제한다는 ‘균세’의 원리를 설명한 것이다.
뜻밖에도 ‘조선책략’을 집필해 조선에게 건네준 이는 청나라 외교관이었다. 청이 통상 거부 중인 조선에 미국과의 조약 체결을 권유한 것이다.
외교 노선의 급격한 변화 예고는 거대한 반발을 불렀다. 위정척사 사상을 고수하던 1만여 명의 영남 유생들이 ‘조선책략’의 유포에 격분하며 대규모 상소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섭정에서 갓 벗어난 국왕 고종은 거센 반대 여론으로 인해 난관에 부딪힌다. 고종은 조정 안팎의 성난 눈을 피해 은밀히 밀서를 준비한다.
‘조선책략’이 조선에 전해지기 수개월 전, 미국은 통상을 목적으로 부산 입항을 시도한다. 조선을 찾은 슈펠트 미 해군제독은 13년 전에도 조선을 찾았을 정도로 조선 개항에 적극적인 인물이나, 조선의 통상 거부 정책으로 인해 빈손으로 본국에 돌아갈 상황에 놓인다. 이에 슈펠트는 청의 ‘이홍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이홍장은 청나라의 북양통상대신으로서 외국과의 외교 관계를 담당하던 인물로, 미국과 조약을 맺어야 한다고 했던 ‘조선책략’도 실은 그의 구상이었다. 당시 조선은 청과 조공책봉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자주국으로서 조선의 조약 체결은 청과의 전통적인 관계를 뒤흔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미국 슈펠트와 청나라 이홍장의 진짜 의도는 과연 무엇이었을지 살펴본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조선은 영국,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등 다른 열강과도 차례로 조약을 맺는다. 미국 워싱턴 D.C에 조선공사관을 설치하고 외교관을 파견한다. 조선은 마침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며 근대화의 길로 나아가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 고종은 조약에 명시된 '거중조정' 조항이 강대국의 야욕으로부터 조선을 보호해 줄 외교적 방어막이 될 것이라 굳게 기대했다. 과연 ‘거중조정’은 격동의 역사 속에서 조선이 기대만큼 작동했을까.
제국주의의 각축장이었던 19세기, 주권 국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선의 첫 근대 외교전. 140여 년 전, 서류 한 장으로 국가의 명운을 지켜내려 했던 치열한 외교 전쟁의 역사는 패권 경쟁이 다시금 격화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32회는 8월 9일(일) 밤 9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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