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창> '히말라야 쇼크 : 재난 사슬'

  • 2026.09.29 10:04
  • 48분전
  • KBS

지난 8월 26일, 히말라야 랑탕 리룽 북사면이 무너졌다. 해발 5,200m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과 빙하는 계곡을 따라 질주했고, 토사와 물을 끌어들이며 거대한 홍수로 변했다. 통상적인 홍수 예측도, 기존의 방재 기준도 압도적인 규모 앞에서 무력했다. 8천 명 넘게 숨지거나 실종된 이 재앙에 '히말라야 대홍수' 이름이 붙었다.

이름은 홍수가 됐지만, 이번 재난은 홍수라는 틀만으로 설명이 어렵다. 홍수는 불어난 물이 토사를 옮긴다. 그러나 이번엔 반대였다. 막대한 암석과 얼음이 먼저 쏟아졌고, 토석류와 홍수로 모습을 바꿔 하류를 덮쳤다. 비의 양과 강 수위를 쫓아 작동하는 홍수 예·경보 체계가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한국인 실종지로 추정되는 UT-1 수력발전 사업 현장 역시 1만 년 빈도의 극한 홍수위를 기준 삼아 설계됐다. 그러나 이번 재난은 보수적으로 잡은 방어 범위마저 한참 넘어섰다.

취재팀은 랑탕 리룽 붕괴 지점 반대편으로 향했다. 무너진 사면과 지질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한 고도에서 같은 기후 영향을 받아온 곳이다. 히말라야 빙하는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오랫동안 얼음 아래 묻혀 있던 암반이 밖으로 드러났고, 녹은 물은 바위의 틈에 흘러들어 균열을 키우고 있었다. 빙하가 사라지고, 얼어 있던 암반이 녹기 시작하면 산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 변화가 어느 순간 재난으로 폭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장에서 들여다봤다.

이번 재난 가장 큰 수수께끼는 '물'이다. 산에서 쏟아진 암석과 얼음은 어떻게 거대한 홍수로 바뀌었을까. 취재팀은 해발 4,000m에서 뜻밖의 단서를 찾았다. 평범한 돌밭처럼 보이는 지형 아래, 수십 미터 두께의 얼음이 숨어 있었다. 그렇다면 붕괴가 일어난 랑탕 리룽 북쪽 사면에도 숨겨진 얼음이 있었을까. 산에서 떨어진 붕괴물이 이 빙하를 강타하고 긁어내며 더 많은 물을 재난 속으로 끌어들였을 가능성은 없을까. 은 이 '숨은 빙하'가 거대한 토석류와 홍수로 이어진 재난 사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적한다.

사라지는 빙하와 영구동토의 변화, 거대한 암빙 붕괴, 연행 침식, 토석류와 돌발 홍수. 이번 재난에서는 하나의 위험이 다음 위험을 불러냈고, 그때마다 재난의 규모가 커졌다. 각각의 위험을 감시하는 기술은 발전해 왔다. 문제는 이들이 서로 연결될 때다. 기존의 재난 예측은 대체로 과거에 일어난 재난과 조건의 관계를 토대로 미래를 계산한다. 그러나 기후와 고산 환경 자체가 빠르게 변한다면, 과거에 없던 조합의 재난은 기존 통계의 바깥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번 히말라야 대홍수가 남긴 질문은 그래서 단순하지 않다. "얼마나 큰 홍수까지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연결해 보지 않은 위험은 무엇인가."

은 한 번의 붕괴가 거대한 재난으로 증폭된 과정을 추적하며, 전례 없는 재난을 예측하기 위해 무엇을 새롭게 봐야 하는지 묻는다. ‘히말라야 쇼크 : 재난사슬’은 9월 29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