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꿈꾸는 반지하방 소녀, 희진이
- 2025.06.27 14:52
- 5시간전
- KBS

인천시 부평구의 어느 한 반지하 주택. 낮에도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어두컴컴한 그곳에는 온갖 드라마를 보며 연기 연습을 하는 어린 소녀, 희진이가 살고 있다.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서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는 희진이. 시간이 날 때마다 드라마를 보며 배우들의 표정과 발음, 발성까지 따라 하며 연기를 공부하는 게 희진이의 중요한 하루 일과다.
하지만 이런 희진이에게도 고민이 하나 있다는데 우울증으로 몸이 좋지 않은 엄마와 그런 엄마를 돌봐야 하는 할머니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할머니. 하지만 갑작스레 건강이 악화된 엄마를 보살피느라 가족의 유일한 생계 수단인 가게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고, 그 사이 손님들도 많이 줄어 경제 상황은 더 좋지 않아졌는데. 엄마와 할머니의 사정을 아는 희진이는 연기 학원에 보내달라고도, 그렇다고 꿈을 포기할 수도 없어 그저 홀로 열심히 연기 공부를 할 뿐이다.
2년 전, 보이스 피싱으로 사기를 당하고 심한 우울증에 걸린 엄마 수현 씨. 희진이는 처음에 그런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었고 꾀병이 아닌가 하고 의심도 했다. 정신과 치료에도 마음의 아픔이 점점 커져 결국에는 거동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 그런 엄마를 보며 지금은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희진이. 밥을 혼자 먹을 수도, 혼자 걸을 수도 없어 아기가 되어버린 엄마를 보면 희진이는 그저 답답하고 속상하기만 하다. 희진이가 바라는 건 단 하나. 해달라는 거는 다 해 줄 수 있으니, 엄마가 부디 건강을 회복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희진이의 그런 마음을 가장 잘 아는 할머니도 엄마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건 마찬가지. 집에 있어도 언제 위험한 상황이 생길지 몰라 시장에 일을 나갈 때도 엄마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끊임없이 도움이 필요한 엄마 때문에 할머니는 가게 일마저 편히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희진이는 이런 엄마와 할머니가 걱정돼 학교가 끝나면 부리나케 가게로 와서 두 팔을 걷어붙이고 할머니를 돕는다.
뻥튀기와 군밤, 그리고 과일에 떡볶이까지. 팔 수 있는 건 전부 팔아보셨다는 할머니는 노점 장사만 30년을 넘게 하셨고 지금은 젓갈과 옥수수를 팔며 시장의 한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아픈 엄마 때문에 답답하고 일이 힘들 때마다 희진이 사진을 들여다보신다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에게 희진이는 항상 웃음을 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할머니를 돕겠다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옥수수 사 가세요”라고 외치는 희진이를 보면 할머니는 가슴 한구석에 짠한 마음이 든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희진이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가게 일과 엄마를 도우며 할머니에게 늘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의 꿈을 갖고 노력하는 희진이를 봐 온 할머니는 희진이를 위해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형편에 그저 미안하고 속상하다. 평생 꽃구경 한 번을 제대로 가본 적 없어도 희진이만큼은 하고 싶은 연기 공부를 꼭 시켜주고 싶다는 할머니는 오늘도 시장의 외진 자리를 지키며 소리 높여 손님을 부른다.
*이후 504회 ‘딩동! 택배 왔습니다’ (2025년 05월 03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