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전교생은 단 3명! 추자도를 지키는 산양분교 삼총사 ‘삼성이’

  • 2025.10.17 15:40
  • 4시간전
  • KBS

네일샵 사장님이 꿈이라는 5학년 김성숙(11). 피아노 잘 치고 학교를 너무 좋아하는 4학년 성하은(10). 호기심이 많아 조립하길 좋아해 과학, 공학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3학년 성하진(9). 이름에 셋 모두 ‘성’이 들어간다고 해서 스스로 지은 별명이 ‘삼성이’다.

추자도에서 태어난 성숙이는 원래 본교인 추자초등학교에 다녔다. 그런데 2년 전, 학생이 없어 신양분교가 휴교 위기였을 때 신양분교 출신인 성숙이 아빠와 성숙이가 뜻을 합해 분교로 전학을 오게 됐다. 그리하여 ‘분교 살린 김성숙’, 추자도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하지만 친구 없는 학교생활에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다고 꾀병이던 성숙이. 다행히 작년 9월, 제주도에서 동생들이 전학을 왔다.

아침 등교 후엔 함께 우유 마시고, 나팔꽃에 물 주고, 나란히 붙은 교실에서 공부 시작. 쉬는 시간엔 쪼르르 텃밭에 달려가 직접 가꾼 수박이며 참외를 따다 과일 파티를 한다. 급식은 선생님들과 분교 바로 위에 있는 중학교에 가서 먹는다. 어딜 가도 셋이 늘 뭉쳐 다니는 신양분교 삼총사, 잔디밭이 펼쳐진 작은 학교에 삼성이의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 퍼진다.

서울에서 교육 행정 공무원으로 바쁘게 살던 성열승(47) 씨는 명절에 야근하면서 ‘내년에도 이러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아내와 삶의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10년을 캐나다에서 살다 온 권수연(44) 씨도 꽉 짜인 틀보다 자유로운 삶을 꿈꿨다. 그렇게 7년 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왔고 바람처럼 추자도까지 오게 됐다.

작년 7월, 추자중학교 행정실로 발령받아 가족을 추자도로 이끈 열승 씨. 학교 바로 옆 관사가 가족의 집이 됐다. 열승 씨는 새벽마다 추자도 올레길을 걷고 집 바로 위에 있는 직장 행정실로 출근. 출근길 배경인 바다 풍경은 힐링 그 자체다.

퇴근 후엔 함께 1일 1 노을 보기. 섬생이섬의 일몰을 사랑하고, 썰물 때면 건너갈 수 있는 다무래미 섬을 사랑하게 된 가족은 추자도와 친해지는 중이다. 어떤 의미 있는 삶을 아이들에게 남겨 주고 싶다는 부부. 추자도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하진이와 푸른 잔디밭에 누워 하늘 보기를 좋아하는 하은이. 아이들의 하루하루는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전교생 세 명뿐인 학교가 갑자기 떠들썩해졌다. 병아리를 키워보고 싶다고 해서 작은 부화장을 만든 삼총사와 선생님들. 드디어 보송보송 병아리들이 알을 깨고 나왔다. 사랑스러운 삼총사 같은 병아리들, 먹이 주고 청소해 주며 돌보는 책임감을 배워간다.

추자도의 어느 가을날, 신양분교 선생님들과 아이들 부모님까지 해변으로 총출동했다. 보말을 줍고, 문어까지 잡혔다. 분교에선 문어라면 파티가 열린다.

신양분교 삼총사는 요즘 목요일마다 본교인 추자초등학교로 향한다. 추자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본교와 분교 학생들로 이루어진 ‘추자밴드’가 연습이 한창이다. 하은이는 피아노, 성숙이는 실로폰, 하진이는 타악기를 맡았다. 그 흔한 학원 하나 없어도 학교에 가면 선생님도 있고, 친구도 있고 할 게 너무너무 많아 아이들은 학교가 제일 재미있다.

바다 건너 추자도에는 삼총사 ‘삼성이’가 있다. 작은 학교를 지켜온 성숙이, 즐거운 바람을 가져온 하은이와 하진이,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함께 이끌어주는 선생님들과 부모님. 그렇게 작은 학교 신양분교에는 오늘도 추자도 삼총사의 동심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