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알면 알 수록 한글

  • 2025.10.31 16:23
  • 8시간전
  • KBS

K-컬처 열풍 속에서 세계인이 마음을 사로잡은 ‘한글’. 무대 위에서, 영상 플랫폼에서, SNS 속에서 세계인들은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한국어 표현을 일상처럼 쓰기 시작했다. 한글은 더 이상 우리만의 글자가 아니라 ‘배우고 싶은 언어’, ‘부르고 싶은 언어’, ‘공유하고 싶은 언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소중한 한글을 제대로 쓰고 있을까? 한글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한글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이번 방송에서는 2025년 한글주간을 중심으로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따라간다. 세계 각지의 한국어 학습자, 공공언어를 지키는 시민과 학생, 변화하는 공공기관의 모습을 밀착 취재한다. 그들의 목소리로 한글의 현재와 우리의 책임을 고민해 본다.

2025년,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에서 흥행했다. 팬들은 삽입곡 '골든'의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SNS를 통해 퍼진 이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국어 학습 열기로 번졌다. 이런 관심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한국어 교육기관 세종학당은 현재 87개국 252개소에서 운영 중이며(2025년 7월 기준), 2030년까지 계속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린 세종학당 말하기 대회. 세계 각국 학습자들이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쳤다. 이들은 한국어를 공부하며 새로운 꿈을 발견했고, 세계에 한국어 매력을 전하는 '문화의 다리'가 되고 있다.

9년 전 한국에 온 스페인 가수 라라 베니또 씨. 그녀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인 '골든'을 한국어로 번역해 부르고, 옛 한국 노래를 부르며 한글의 매력을 전파한다. 그녀에게 한글은 ‘배울수록 꿈이 커지고, 세상을 더 가깝게 연결하는 특별한 언어"다.

세계인을 매료시킨 한글,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한글은 창제 시기와 원리가 명확한 세계 유일의 문자다. 1443년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은 오늘날 기본 자음 14개, 모음 10개로 이어진다. 가장 적은 글자로 거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한글. ‘배우기 쉬운 언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어 번역가로 활동 중인 영국인 폴 카버 씨는 “같은 단어도 영어로 번역하면 길지만, 한국어는 짧다”며 ‘한글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또한, 한글은 아름답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활동 중인 캘리그라퍼 임지현 씨는 외국인 관광객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선물한다. 발음 그대로 글자가 되고, 그 글자가 자신을 표현하는 얼굴이 되는 한글. 단순한 표기 수단을 넘어 소리와 의미가 조화를 이루는 과학적인 예술이 되고 있다.

K-팝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전 세계에서 한글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올해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떡볶이, 노래방, 형 등 7개가 추가되며 지금까지 약 40개 한국어가 등재됐다. 한국어가 세계가 주목하는 언어가 된 것이다.

전 세계가 감탄하고 인정한 한글의 가치.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그 기대와 다르다. 지난해 세종학당 말하기 대회 대상 수상자인 오베로이 싱 아만딥 씨. 거리를 걷다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간판이나 거리 이름에 당황할 때가 많다. 아름다운 한글을 두고 왜 뜻도 잘 모르는 외국어를 쓰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국어기본법 14조 1항은 공공언어를 이해하기 쉬운 한글로 쓰도록 규정한다. ‘공공언어’란 공공기관의 안내문, 도로 표지판, 현수막, 판결문, 보도 자료 등 정부나 지자체가 국민을 상대로 내놓은 모든 말과 글이다. 그러나 현실은 법과 달랐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우리말 가꿈이'들과 공공기관 보도 자료를 분석했다. '디브리핑', '다이내믹 프라이싱', '디스커버리 제도', '디토 소비'… 낯설고 어려운 외국어투성이였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정책 용어를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며 재생산한다는 점이다.

공공언어 영역에서라도 소통이 쉬운 한글을 찾으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경기도 여주역에서 만난 김아현 씨. 한글문화연대 '우리말 가꿈이'로 활동한 그는 여주역 주차구역의 'G' 표기를 3개월 노력 끝에 '교통 약자 전용'으로 바꾸었다. '우리말 가꿈이'는 생활 속 어려운 외국어 공공언어를 우리말로 바꾸고 있다. 이를테면 'Kiss & Ride'는 '환승 정차구역'으로, '스크린 도어'는 '안전문', '싱크홀'은 '땅꺼짐'으로 바꿨다.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어기본법에 따라 '국어책임관 제도'를 운영하며 공문서, 보도자료, 안내문 속 어려운 외국어와 전문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고 있다. 매년 열리는 국어책임관 공동 연수회에서는 각 지자체 담당자들이 모여 공공언어 개선과 국민 소통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시민, 학생, 정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 한글의 품격을 되찾는 여정이 계속되고 있다.

10월 한글주간을 맞아 열린 '한글 한마당' 축제는 한글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민들은 한글 전등 만들기, 열쇠고리 만들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한글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체험했다.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의 한글 의상 패션쇼는 한글이 문화와 예술의 언어로 얼마나 아름답게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경복궁에서 열린 ‘국어 사랑 받아쓰기 대회’에는 내·외국인이 함께 모여 한국어 실력을 겨뤘다. 가로세로 낱말 퀴즈와 받아쓰기를 통해 참가자들은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확인했다. 한글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모두가 함께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한글, 우리말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한글의 가치와 올바른 우리말 사용의 이야기는 11월 2일(일) 밤 8시 10분 KBS 1TV 다큐 ON 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