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쉼표 같은 인생길 - 동서트레일 백월산

  • 2025.12.12 14:16
  • 3시간전
  • KBS

동서트레일은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경북 울진군 망양정까지 한반도 동서를 가로지르는 총 849km, 55개 구간의 트레일로 국내 최초로 백패킹이 가능한 전용 숲길이다. 그중 17개 구간이 10월 15일부터 한 달 반가량 시범 운영됐다. 이번에는 홍성의 진산인 백월산을 중심으로 자연과 역사, 지역의 생활 문화가 조화롭게 이어지는 동서트레일 서쪽 구간 일부를 걸을 예정. 사람과 풍경의 이야기가 함께 깃든 동서트레일로 트레일 러너 안정은, 발레핏 센터 운영자 송유나 씨가 여정을 떠난다.

먼저 동서트레일 8구간에 조성된 옥계저수지로 향한다. 가야산 골짜기에서 흘러든 물이 모여든 옥계저수지는 수변을 따라 3.8km에 이르는 데크길이 놓여 있어 풍경을 만끽하며 걷고 쉬고 뛰기 좋은 곳이다. 가을의 기운이 차분히 스며든 길을 따라가다 보면 숲 안쪽에 자리한 헌종대왕 태실이 눈에 띈다. 조선시대에는 왕가에서 자손이 태어나면 아이의 태(胎)를 백자 항아리에 보관한 뒤 풍수적으로 좋은 곳에 봉안했는데 이는 아이의 건강과 장래, 왕실의 번영을 염원하는 의미였다. 이어서 동서트레일 11구간에 해당하는 광천천으로 향한다. 서해로 흘러드는 물길을 따라 갈대가 빛을 머금고 흔들리며 길에 운치를 더한다.

동서트레일 10구간에 자리한 백월산으로 오르는 산행은 홍천문화마을에서 시작한다. 백월산은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며 제를 올리던 곳으로 지역 신앙과 밀접하게 이어져 온 산이다. 숲길에는 밤송이가 떨어져 있고 야생동물의 흔적도 종종 눈에 띈다. 발밑에서 낙엽들이 바스락대는 소리와 길 곳곳을 비추는 겨울 햇살이 산행의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해발 394m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밋밋하지 않은 오르내림이 이어져 걸음에 경쾌한 리듬감을 더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가 한층 시원해지며 예당평야가 넓게 펼쳐진다. 홍성에서 예산, 당진, 아산으로 이어지는 드넓은 들판 모습에 마음까지 풍요로워진다. 정상에 가까워질 즈음 자리한 홍가신사당. 1596년 임진왜란 당시 일어난 이몽학의 난을 진압한 홍주목사 홍가신과 그와 함께 공을 세운 인물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홍가신이 떠난 뒤 홍주읍성에 질병과 재난이 잇따르자, 주민들은 이를 막기 위해 백월산에 홍가신의 목상을 모시고 제를 올렸다. 이후 마을의 어려움이 잦아들었다는 전승이 남아 있다.

정상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구간에 힘껏 올라서면 해발 394m의 백월산 정상에서 홍성의 시가지와 드넓은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여정의 끝에서는 동서트레일 10구간의 관문 역할을 하는 이응노생가기념관에 들른다. 고암 이응노는 1904년 홍성에서 태어나 1989년 파리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기까지 평생을 그림과 함께한 화가다. 이곳에서 그의 생애와 작업 세계를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다. 자연과 문화, 지역의 역사와 일상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동서트레일로 과 함께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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