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경주 APEC 기획] 천년의 기억을 따라 걷다 -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

  • 2025.10.24 17:14
  • 6시간전
  • KBS

신라 천 년의 도읍지, 경주.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남아 있어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신라의 진산이자 신성한 산으로 여겨졌던 남산이 자리한다. ‘금오산(金鰲山)’이라 불리기도 하는 남산은 바위에 새긴 불상과 옛 절터, 봉우리마다 세워진 탑들이 어우러져 신라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자연과 유적이 함께 숨 쉬는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로 오카리나 연주자 김준우 씨가 여정을 떠난다.

경주의 문화유산이 이어진 길을 따라 첫걸음을 내디딘다. 교촌마을의 고택 골목을 지나며 조용히 흐르는 세월을 느끼고 신라의 과학과 건축이 만나는 별 관측대, 첨성대를 마주한다. 붉게 물든 석산 군락을 지나 월성 탐방로에 들어서서 계절의 깊이를 느껴본다. 가을바람이 스치는 소나무 숲에서 김준우 씨는 자연을 닮은 악기인 오카리나를 꺼내 든다. ‘버드나무 정원 아래서’라는 아일랜드 민요가 숲 사이로 은은히 퍼지고 자연과 연주가 하나가 되는 순간 경주의 시간도 그 선율에 스며든다.

본격적인 남산 산행은 새갓골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해발 468m의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의외로 경사진 오르막이라 오르다 보면 숨이 차오른다. 길가엔 천년의 흔적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5cm의 기적’이라 불리는 열암곡 마애불상은 암반과 불상의 코 사이에 난 틈 덕분에 그 형상이 또렷하게 남아있고 신선암 아래 자리한 마애보살반가상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듯한 신비로움을 품고 있다. 산길을 따라 짙은 초록 사이로 주황빛이 번져 가을이 스며든다. 멀리 바위 절벽 위로 용장사곡 삼층석탑이 보이고 바위 사이로 난 길을 걸을 때마다 신라의 시간이 시선에 닿는다.

금오봉 정상은 나무에 둘러싸인 평평한 터로 잠시 숨을 고르기 좋은 곳이다. 조금 내려서자 시야가 트이며 경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과 들이 맞닿은 너른 풍경이 펼쳐지고 푸른 들판 위로 천년의 도시가 살아 숨 쉬듯 자리한다. 산행의 여운을 안고 하산길에 접어들자 삼릉계 석조여래좌상과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등 불상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낸다. 천년의 시간이 새겨진 불상들 앞에 서면 신라 불교 예술의 아름다운 혼이 손에 잡힐 듯하다.

여정의 마지막은 토함산 자락의 불국사다. ‘구름을 마시고 토한다’라는 이름을 가진 이 산의 중턱에 자리한 불국사는 신라 경덕왕 10년(751)에 재상 김대성이 창건한 사찰로 에는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보탑과 대웅전을 지나 천년의 이야기가 깃든 경내를 걷는다. 천년의 숨결이 살아 있는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를 과 함께 만나본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