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창> '가장 가까운 살인자'

  • 2026.10.13 14:34
  • 2시간전
  • KBS

여자가 죽는다. 한때 가장 가까웠던 애인, 남편에게 죽는다. 죽기 전엔 맞았다. 시퍼렇게 멍이 들 정도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폭행당했다. 잔혹한 사건이 발생하면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한다. 그러나 마치 보란 듯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않고 여성 살해는 계속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내원 당시 의사소통 불가능. 호흡부전 시 사망할 수도 있음' 병원에 실려 온 환자 상태에 대해 의료진은 이렇게 기록했다. 이 환자는 5년간 남자 친구에게 맞은 피해자였다. '살려주세요. 와주세요. 제발'. 경찰에 구조 요청을 한 건 총 31번이었다. 그런데 죽기 직전까지 맞았던 이 여성은 지금 교도소에 갇혀있다. 피해자였는데 가해자가 됐다. 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파헤쳐보면, 곳곳에 구멍 뚫린 보호망이 처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3주 전 가정폭력을 신고했던 엄마가 쓰러졌다. 발견한 사람은 새 아빠였다. 새 아빠는 집에 와보니 엄마가 쓰러져 있었다며 딸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고 아무런 응급조치 없이 그대로 테니스를 치러 나갔다. 딸의 신고로 엄마는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엄마가 쓰러지기 전 알린 가정폭력은 세 번째 신고였다. 그러나 이때 경찰은 위험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새 아빠는 아내가 쓰러진 날 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3년째 의식 없이 누워있는 엄마는 오늘도 말이 없다. 

배우자나 애인에게 살해당하는 여성은 한 해에 대체 몇 명이나 될까. 국가는 이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한다. 실태 파악조차 못 하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가 없다. 취재 결과 우리나라에선 친밀관계 범죄 피해자 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었다. 정부가 손 놓은 통계를 찾아 실태를 고발해 온 건 여성 인권 단체였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최소한의 수치다. 올해는 몇 명을 잃었을까?

가장 가까웠던 이에게 죽을 뻔하다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만났다. "가해자가 곧 출소한다. 우리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제발 사회가, 국가가 지켜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같은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같이 살아서 이겨내 보자."는 말을 전했다. 힘들지만 버티다 보면 제도와 법이 마련될 것이란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피와 멍을 끌어안은 이 목소리에 국회는 응답하고 있을까.

‘가장 가까운 살인자’는 10월 13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