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할머니 떠난 빈자리...공병 수거와 시장 알바로 버티는 손주 승익과 할아버지

  • 2026.09.17 11:10
  • 1시간전
  • KBS

거친 숨소리가 가득한 경산시의 한 복싱 체육관에는 할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운동 중인 승익이가 있다. 승익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린 나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길러졌다. 만성 백혈병을 수십 년 앓던 할머니가 몇 달 전 돌아가신 뒤부터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지내고 있다.

할아버지는 최근 할머니를 여의고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겨우 잠에 들 정도로 몸과 마음이 허약해졌다. 승익이는 그런 할아버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자제품을 잘 다루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청소기나 세탁기를 돌리는 것은 물론이고, 청소를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 할 수 있는 집안일을 모두 찾아서 한다.

점점 연로해지는 할아버지를 지킬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에, 승익이는 8개월 전부터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학교가 끝나면 아무리 피곤해도 매일 복싱장으로 달려가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하는 승익이. 할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꼭 강한 남자가 되겠다는 작은 다짐을 되뇌며 승익이는 오늘도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할아버지는 소음이 큰 파이프 공장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다 결국 청력을 잃었다. 장애 등급을 받으며 나라에서 지급해 주는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긴 하지만 곁에서 큰 소리로 또박또박 얘기해주지 않으면 소리를 잘 못 들을 정도다. 승익이는 이런 할아버지를 위해 전화를 대신 받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전달해 주는 등 할아버지의 귀가 되어준다.

그런데 유독 할머니와 사이가 좋았던 할아버지는 최근 할머니를 여읜 후론 부쩍 기력이 없어지셨다. 어떻게 하면 할아버지에게 힘이 되어드릴 수 있을지가 요즘 승익이의 가장 큰 고민이다.

할아버지도 그런 손자의 애틋한 마음을 아는 건지, 쇠약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집을 나서본다. 할아버지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운 공병을 팔아 어렵게 살림에 보탠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막막한 근심거리가 있는데, 바로 아내의 오랜 투병생활로 무섭게 불어난 빚이다. 가까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급한 불은 겨우 껐지만, 기초생활 수급비에 의지해 살아가는 상황에서 그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할아버지의 근심이 느껴진 건지, 승익이도 집 근처 시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빚도 그리움도 삭일 새 없이 바쁜 나날이지만, 할아버지와 승익이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오늘 하루도 힘을 내본다.

할아버지는 한 때 공장이며 공사 현장 등 인력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다니며 든든한 가장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청력을 잃고 건강도 안 좋아진 지금은 승익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미안하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 더 쇠약해지면 혼자 남을 승익이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찾곤 하는 할머니의 산소. 항상 할머니의 사진을 가방에 들고 다닐 만큼, 할아버지는 마음속에서 미처 할머니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승익이도 이런 할아버지의 슬픔을 알고 있기에 할아버지의 곁에서 더 씩씩하게 생활하며 힘이 되어주려 애쓴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공병을 주우러 갈 때면 혼자 보낼 수 없다며 항상 따라나서곤 한다.

한창 예민할 중학교 1학년 나이에 할아버지와 함께 공병을 줍는 것이 부끄러울 법도 한데, 승익인 이제 다 커서 친구들이 봐도 창피하지 않다며 제법 어른스럽게 군다. 할아버지는 부쩍 의젓해진 승익이를 볼 때면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아프다. 자신이 부족해서 손자를 고생시키는 것 같은 마음에 죄책감이 밀려온다. 언젠가 혼자 남겨질 승익이에 대한 걱정에 할아버지는 오늘 밤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이후 564회 ‘라준이와 됴의 가나다라’ (2026년 6월 27일 방송) 후기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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