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인사이트> 곰이 늙은 일본을 덮치다

  • 2026.09.17 10:45
  • 2시간전
  • KBS

일본에서 곰과 사람의 충돌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회계연도 2025년(2025.4~2026.3) 곰에 의한 인명 피해는 238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13명으로 모두 역대 최다였다. 곰 출몰 신고도 5만 776건으로 전년도의 2.5배로 늘었다.

주택가와 학교, 농경지까지 내려온 곰. 그런데 곰의 이동 경로를 짚어 보면, 그곳에는 사람이 줄고 농촌이 늙어가는 또 다른 변화가 겹쳐 있다. 곰은 왜 지금, 사람들의 생활권까지 내려오고 있는 걸까.

곰에 맞설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큰 착각이었습니다.

아키타현의 한 도심. 미나토야 케이지 씨는 갑자기 나타난 반달가슴곰에게 쫓기다 넘어졌고,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격당했다. 오른팔로 막아보려 했지만 결국 두개골이 보일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를 습격한 곰은 이날 여고생과 할머니 등 모두 5명을 잇달아 공격했다.

비슷한 긴장은 일본 곳곳의 일상으로 번지고 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곰의 출몰로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을 받았다. 사람과 곰이 마주치는 장소가 산속을 넘어 생활권 가까이 넓어진 것이다. 곰은 왜 이토록 사람 가까이 내려오게 된 걸까. 그 배경을 따라가자, 사람이 떠난 농촌과 버려진 경작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 주변에 남게 됩니다.

가장 위험한 건 경험이 없는 젊은 곰입니다.

곰이 내려오는 곳을 따라가 보면, 사람이 떠난 흔적이 보인다. 농사를 포기한 논에는 물파초가 자라 곰의 먹이가 됐고, 베어내지 않은 산뽕나무에는 오디가 열린다. 한때 쌀이 나오던 곳이 곰의 먹이터가 됐다. 마을의 먹이에 익숙해진 곰은 점점 사람들의 생활권에 의존하게 된다. 어미가 포획된 뒤 마을에 홀로 남은 새끼는 야생에서 살아가는 법도, 사람을 피하는 법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자란다. 이른바 ‘마을의존형 곰’이다.

곰을 비롯한 야생동물이 마을로 내려오기 쉬워졌습니다.

사람과 야생 사이의 경계를 지켜온 사람들도 줄고 있다. 일본의 농업 종사자는 1960년 1,175만 명에서 2025년 103만 6천 명으로 약 90% 감소했다. 남은 농업 종사자의 약 70%가 65세 이상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 땅은 수풀과 숲으로 변하고, 산과 마을 사이의 완충지대는 점점 사라진다.

곰을 관리해 온 사냥꾼도 줄고 있다. 400년 동안 곰 사냥 전통을 이어온 아키타현의 마타기 마을에서도 사냥꾼은 과거 200명에서 30명대로 줄었다. 인구가 줄면서 생긴 곰 문제를, 사람이 없어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곰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 쫓아내는 것만이 답일까. 일본 곳곳에서는 곰을 포획해 사람들의 생활권을 지키는 한편, 야생의 존재를 인정하고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방식도 모색하고 있다. 곰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 역시, 포획과 추모, 관찰과 공존을 통해 저마다의 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작진은 10년 전 참사가 일어난 토와리산(사망 4명) 등 사건 현장을 직접 찾아 곰을 근접 촬영하고, 야생이 도시로 내려와 사람을 해치게 된 배경을 집중 취재했다.

저출생과 고령화, 지방소멸을 겪는 한국에도 이 변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사람이 물러난 자리를 야생이 채우는 시대, 우리는 야생과 어떤 거리를 두고 살아가야 할까. 곰과 사람, 새로운 공존의 법칙이 필요한 때다.

“다큐 인사이트” ‘곰이 늙은 일본을 덮치다’는 2026년 9월 17일(목) 오후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