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6억 vs 600만 원’, 반도체 호황이 만든 新 계급사회...성과급 갈등의 현장

  • 2026.07.24 14:19
  • 2시간전
  • KBS

지난 5월,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8천 선을 돌파했다. 급격한 주가 상승을 이끈 일등 공신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다. AI 산업의 확대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해당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평균 약 6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이라고 한다. 전례 없는 수준의 성과급은 단순히 한 기업의 보상을 넘어, 우리 사회 곳곳의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성과급 지급 발표 이후 일부 지역의 집값이 치솟고, 높은 성과급을 받기 위해 반도체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불러온 ‘성과급’ 전쟁. ‘성과급 계급사회, 나만 가난해지고 있다?’에서는 반도체 호황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격차와 그로 인한 사회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반도체 회사 직원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동탄. 출퇴근 셔틀버스 노선을 따라 집값이 오르면서 '셔세권'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동탄역 인근 한 아파트는 올해 초 16억 원에 거래됐지만, 불과 6개월 만에 22억 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집값이 급등하자 기존 매매 계약을 취소하고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더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고액 성과급을 받은 직원들의 매수세가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가격뿐 아니라 소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동탄의 한 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명품 시계와 보석 등 고가 상품의 매출은 45% 늘었다. 반도체 성과급이 부동산 가격은 물론 소비 행태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1억, 2억, 3억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역을 기준으로”

반도체 호황이 만든 막대한 영업이익은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졌다. 2026년 5월,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대립했고,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파업을 하루 남겨 둔 5월 20일, 노사는 영업이익 연동 방식의 성과급 도입 등을 담은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며 극적으로 파업을 철회했다. 그러나 합의안을 보면, 모두가 같은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DS부문의 경우 약 6억 원의 성과급을 받지만,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부문의 성과급은 약 600만 원에 불과하다. 같은 삼성전자 직원이라도 사업부에 따라 성과급이 100배 가까이 차이 나는 셈이다.

삼성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라는 경영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DX부문의 직원들은 초기업 노동조합을 통한 임금 협상 과정에서 본인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가 커지면서 일부 직원들은 경쟁사로의 이직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회사, 같은 직급으로 일하면서도 사업부에 따라 성과급이 수억 원까지 달라지는 현실. 성과급은 이제 노사 갈등을 넘어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 이른바 '노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열심히 안 하고 그냥 공백이 생기지 않는 정도로만 일하면 되겠다.

반도체 기업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쟁은 이제 대한민국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주목받으면서 현대중공업과 카카오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이제 노사 교섭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성과급 혜택에서 소외된 협력업체 직원들과 공무원, 일반 직장인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월평균 가구 소득은 하위 20%가 117만 원. 반면 상위 20%는 1,237만 원으로 그 격차는 10배가 넘는다. 날로 심해지는 소득 양극화 속에서 억대의 성과급 지급 소식이 이어지면서 ‘나만 가난해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과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반도체는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이다. 올해 우리 경제가 거둔 성과 역시 반도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가 만들어낸 막대한 이익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를 두고는 다양한 의견이 맞서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불러온 성과급 논쟁. 이는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1466회 ‘성과급 계급사회, 나만 가난해지고 있다?’는 2026년 7월 24일 금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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